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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의 2시 병원 ㅣ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10
정승희 지음, 나미 그림 / 분홍고래 / 2025년 10월
평점 :
어린 아이들은 가끔, 잘못된 판단으로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경험이 부족한 것도 있고, 사고 단계가 성숙하지 못한 탓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그 누구보다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끙끙 앓으며 성장통을 겪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고대로'도 그런 아이이다. 축농증 때문에 코를 골고 콧물을 흘려 '코대로'라고 불리는 대로는, 같은 반 미소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매번 자신을 놀리는 재룡이와 아이들 때문에 속상하다. 그러던 어느날, 단골 문구점인 털보 문구점에서 미소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은 몰랑이 인형을 훔치게 된다. 나중에 그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고 다시 갖다두려고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제자리에 둔 몰랑이 인형은 다시 대로 주머니에 들어와 있었다.
대로는 문구점 2층에 신장개업한 '2시 병원'에 간다. 사실 그 누구보다 병원을 싫어하는 대로지만, 재룡이가 1시 병원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내기를 한 것도 있고, 발을 딛자 신기하게 색이 바뀌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퀴즈를 풀고 입장하게 된다. 마음 속 비밀을 털어놓고 처방을 받으면 되는데, 콧물 이야기만 하고 정작 도둑질 이야기는 하지 못한 채, 작은 사탕을 받고 돌아온다. 이어 다시 방문하게 된 2시 병원의 원장님과 간호사의 모습은 바뀌어 있었지만, 대로는 용기를 내 자신의 고민을 고백하고, 큰 사탕을 받고 돌아오게 된다. 털보 문구점의 아저씨께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받으면서 상쾌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미소와도 잘 지내는 대로는, 앞으로 2시 병원을 찾을 일이 없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 내가 그것을 말하면 혼나거나 미움 받지 않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천천히 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줄 어른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용기내어 자신의 잘못을 마주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아이들이 자라서 만나게 될 어린 아이들에게 2시 병원 원장님, 털보 문구점 아저씨처럼 관대한 어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