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좌회전했어요 이야기강 시리즈 6
고상훈 지음, 전다은 그림 / 북극곰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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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좌회전 했어요'는 초등교사 고상훈 선생님의 두 번째 이야기로, 단편 소설 4편이 들어있는 소설집이다. 동명의 소설 외에 '여름 토론회', '잎싹은 틀렸어',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까지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고, 등장인물은 현우, 정현, 서진, 민서 그리고 같은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이다. 각각의 단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적 배경에서 각각의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이 한 명씩 주인공이 되어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있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까메오처럼 나오는데, 사실 큰 연관성은 없어서 따로 읽어도 무방하다.


'버스가 좌회전 했어요'는 마라톤 행사로 통행로가 막힌 버스가 방향을 틀어 운행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아냈다. 매일 가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로 갔을 때 마주하는 우연적 사건과 풍경. 그 안에서 재발견하는 인물들의 관계나 성격 같은 것을 읽으며, 아직 오지 않은 봄 햇살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일부러 벚나무가 있는 노선으로 돌아가는 다른 버스를 타곤 했던 나로서는 웃음이 나고 스스로가 가진 편견도 다시 인지했던 이야기였다.


'여름 토론회'는 여름을 아이답게 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너지 절약, 물자 절약, 환경 보호도 좋지만, 아이들은 당장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고 싶은 것이다. 토론회의 승자는 1학년 동생! 가끔은 정석대로인 모범생 아이의 답변보다는 이런 솔직한 아이다운 대답이 좋은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것은 어른과 대기업들의 역할이다.


'잎싹은 틀렸어'는 할머니와 아버지와 살고 있는 민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주인공인 '잎싹'의 이름이 나와서 설마했는데, 민서가 할머니와 함께 읽는 책이 그 책이었다. 메마른 감성을 지녔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내 눈가에 물이 고이게 한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밝고 명랑하고, 때로는 자신과 남이 지닌 슬픔에도 공감하며 자라게 된다.


'아주 특별한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가 목요일이라 다음날 학교에 가야해서 1박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생각해낸 묘안으로 '기후파업'을 진행한 그레타 툰베리를 벤치마킹하여 '기후 변화 위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엮은 이야기이다. 네 명의 아이들이 처음에는 학교를 합법적으로 빠지기 위해 부모님을 설득하고 기후 변화 위기와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다가, 점점 판이 커져서 진짜 시청 앞에서 시위를 하고 방송까지 타게 되는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솔직하게 처음의 동기를 밝히고 자신들이 시위에 참여하며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눈 앞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고 뿌듯한 기분이었다.


네 편의 이야기는 잘 차려진 코스요리를 접대받은 것처럼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많이 먹어서 탈이 나기도 하는 뷔페보다, 이런 단편집을 통해 아이 뿐 아니라 어른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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