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미르호의 아이들 - 2022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봄볕어린이문학 22
한아 지음, 이광일 그림 / 봄볕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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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가 성공했다. 각종 언론을 비롯 우주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고, 너도나도 지구과학 열풍이다. 마침 여름방학 시즌이라 비슷한 책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내가 어릴 적 읽은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를 떠올리게 하는, 성장소설이었다.


주요 등장인물은 이지, 민표, 리하, 사오, 그리고 제이 외 다른 아이들(단원들), 선장과 부선장, 연구하는 박사와 로봇들이다. 장소는 라온미르호. 순우리말로 '즐거운 용'이다. 프롤로그는 안 읽고 넘어갈 뻔 했는데, 평양 특별 자치구의 '어린이 보호소' 출신 이지가 자신을 단원으로 뽑아달라는 편지글의 형태다. 작성일자는 무려 2089년 5월 17일. 아마 나는 이때까지 살기는 어렵지 않을까, 평양이라니, 통일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이야기가 진행되겠구나,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더이상 '푸른별'이라고 부르기 무색할만큼 흐려진 지구, 그리고 살기 힘든 지옥 도시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서울을 떠난 사람들은 지방 거점 도시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결국 미래에는 이렇게 탈수도권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 작가님의 기후위기를 반영한 상상력에 공감하며 계속 읽어나갈 수 있었다. 스무 명 남짓한 단원들은 서로 교대로 라온미르호의 캡슐에서 자면서 우주비행선 안에서 훈련도 하고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이지는 라온미르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하고 기사로 써서 지구에 전송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지가 쓴 기사들은 라온미르호 선장인 선단희 선장의 검토 후 전송된다. 인물들이 저마다 각자 사연과 반전의 비밀이 있는데, 특히 선단희 선장과 강사오의 비밀은 이야기의 흐름을 변주시키는 큰 축이 된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우주 부유물인 '따르따르'로 인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지내며 부딪히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하며 나중에 자신들이 계획한 비밀 임무를 수행해내며 모두 성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선장이나 박사와 같은 어른들의 지시에 순종적으로 따르던 아이들이 이유와 목적을 찾고 변화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초반에 이지는 어린이 보호소 출신으로, 라온미르호 탐험이 끝나면 폐서울의 재건작업을 하는 로봇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미래를 생각하는 아이었는데, 탐험을 마치고 세계 제1호, 아니 우주 제1호의 우주모래바람 전문연구가가 되는 꿈을 그리게 된다. 출신과 배경을 떠나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이지와 친구들이 멋지고 대견했다. 더불어, 작가님께서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인 2014년의 안타까운 사고, 그 사고로 꿈을 펼치지 못한 채 희생된 아이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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