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수상한 요양원 사과밭 문학 톡 6
아니타 밀트 지음, 앙겔라 홀츠만 그림, 함미라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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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는 '동안'을 예찬한다. 제 나이보다 한 살이라도 어려보이는 것을 칭송하고, 많은 사람들은 덜 늙어보이기 위해 피부관리에 좋다는 시술과 먹거리에 돈을 사용한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시간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늙기 마련이다. 숨쉬듯 진행되고 있지만, 누구나 달가워하지 않고 겁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고, 오히려 아름답게 생각하는 꼬마가 있으니(물론 그녀는 '꼬마'라는 표현에 발끈하겠지만), 바로 이 책에 나오는 '보라'다.


책의 주인공은 '파울리'라는 독일 아이다. 책 곳곳에 독일 음식이나 민담의 흔적이 나온다. 번역할 때 그 나라 음식을 그대로 표기해준 덕에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굴라쉬를 육개장이라고 번역했으면 속상할 뻔 했다.)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 증상이 있어서 요양원에 계신데,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엄마와 함께 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찾아뵙는다. 그곳엔 파울리의 할아버지 외에도 지팡이 할아버지, 투명인간 할머니, 알록달록 방울 무늬 모자를 쓴 아주머니 등 다양한 환자들이 입원해있다. 그냥 병원도 무서운데 정신병을 앓는 환자들의 요양원이니 어린 아이가 찾기 즐거운 장소는 절대 아닐 것이다. 그랬던 파울리가 근처 병실에서 또래 아이인 '보라'를 만나면서 그 장소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다.


보라는 처음부터 특이한 아이였다. 아무데서나 물구나무 서기를 좋아하고, 쪼글쪼글 주름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다고 하는 아이다. 제법 나이가 있는 환자들만 있는 요양원에서, 파울리와 보라는 가족 이야기나 학교 이야기, 놀이 공원 이야기를 하며 가까워진다. 사이가 갑자기 좋아진 할아버지와 방울 모자 아주머니를 관찰하는 스파이 놀이도 하고, 모카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얹어 먹기도 하며 도란도란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 과정에서 파울리는 늙어간다는 것의 자연스러움을 알게 되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각도 함께 갖게 된다. 파울리가 보라를 주기 위해 포장한 상자 안에 있던 쿠키와 시들어버린 꽃을, 보라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쪼글쪼글 주름진 꽃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기뻐한다. 함께 농장에서 또 즐겁게 우정을 쌓아나갈 두 아이와, 주변 어른들의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게 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세상 만사 모두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늙어간다는 것은 추하게 볼 수도, 아름답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과 상황을 대할 때, 기왕이면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것이 나와 주변에 이롭고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세상의 잣대가 아닌, 자신만의 올곧은 잣대로 앞으로 만날 사람과 상황들을 지혜롭게 대하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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