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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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관련된 미디어 노출이 많아지고, 관련 서적 역시 연달아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윤지로 씨는 대한민국 대표 환경 기자다. 기자에도 여러 전공분야가 있겠지만, 정치 기자, 스포츠 기자와 달리 환경 기자는 많이 못 봤던 것 같다. (아니면, 많이 나왔는데 내가 관심이 없었을지도..) 작년에 읽었던 '파란하늘 빨간지구'의 저자 조천호 선생님께서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인구가 증가하고 먹거리가 인구를 위협하고, 그렇게 늘어난 인구가 또 더 많은 먹거리를 필요로하고... 지구 입장에서는 음의 피드백이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 저자가 들어가며 도입부에 쓴 표현 중에 '저탄고지'라는 표현이 있었는데, 한때 다이어트 식단의 하나로 각광받던 용어인 '저 탄수화물 고 지방'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바꿔서, '저 탄소 고 지식'으로 동음이의어적 표기를 한 것이 너무 놀라웠다. 저자가 찾아낸 '저탄고지'의 밥상은 어떤 것인지 기대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1장에서는 바로 밥상 이야기가 아닌, 탄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가 전주에 방문했을 당시 느낀 불편함을 바탕으로 탄소융합기술원에 메일을 보낸 일화를 설명하는데, '탄소(C)'라는 원소 자체를 설명하며 온실가스, 그리고 인류와 농업에 관하여 언급한다(잘못하면 소를 끌고 올라올지도 모르는데!). 통계의 오류와 한계를 지적하는데, 여러가지 수치와 다소 과학적인 내용이 나와서 다른 장에 비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2장에서는 '소 방귀'라는 단어를 내세워 메탄, 그리고 브라질 아마존 밀림까지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부터 '동물'이 아닌 '고기'로 길러지는 가축들. 그리고 태어나서 엄마 젖을 떼고 거의 처음 맛보는 이유식 식재료 중 하나인 고기. 가축이 뿜어내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교통 수단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 것도 크게 와닿았다. 진짜 소 한마리가 매일 고속도로를 왕복운행하는 자동차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니. 양 끝(아마도 입과 엉덩이)에서 메탄을 뿜는 역겨운 동물에 비유되는 소. (그래서 힌두교 신자들이 소를 먹지 않는 것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하지만 소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런 소를 식재료로 기르는 우리 인간에게 잘못이 있겠지. (헤비메탈이 아닌 헤비메'탄'으로 소를 비유한 것 역시 참신했다!)


3장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고기만 줄인다고 탄소배출이 해결될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3장의 제목은 '탄소가 차오른다, 논밭에'이다. 비료와 농약, 값싼 농업용 전기 요금, 그리고 비닐하우스. 채식, 너마저? 육식을 위한 축산업이 아닌, 비건의 식재료라 할 수 있는 농산물의 재배의 전 과정에서도 역시 탄소는 발생하게 되어있다. 그것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있는데도, 당장 적용하기 힘든 것은 역시 종사하는 많은 농업인의 생사가 걸려있고, 더 빨리, 더 많이를 요구하고 권장하는 현대사회의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4장에서는 축산업, 농업, 그렇다면 어업은? 어업과 관련된 탄소배출 이야기가 나온다. 그동안 아낌없이 주는(줄 알았던) 바다. 증기선의 도입부터 원양어선,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전기, 그리고 어업을 지속케하는 면세유. 역시 이전에 읽었던 기후위기 관련 서적 중 하나인 '2도가 오르기 전에'에서 저자 남성현 교수는 바다가 온실가스를 흡수해주는 용량에는 한계가 있고, 점진적으로 큰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여러 지표에서 확인된다고 경고했다. 이 책에서도 같은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자살골을 넣고 있다는 표현으로 경각심을 일깨웠다.


5장에서는 이렇게 여러 분야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무조건 모두 채식으로 전환하자!가 아닌, 시스템 자체를 탄소 중립으로 바꿔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고 찾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사용 전기를 절감하고 오히려 전기를 생산하기도 하는 '패시브 하우스', '바이오 플랜트', 커피 찌꺼기를 깔아 분뇨 냄새도 줄이고 부숙도 빨리 되는 선순환 사례, '태평농업', 플랜티팜 등이 하고 있는 '수직농업', 그리고 전기차 테슬라가 아닌 '전기배'. 마지막으로 아직 저자도 생각 정리를 보류한 '대체육' 이야기도 나온다. 관련 분야에 대해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례들과 개념들을 소개해주어 더 찾아보게 만든다.


저자는 여러 장에서 꾸준히 탄소 배출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과 사례들을 소개하고, 마지막에서 책을 쓰는 내내 한국 농축어업의 문제점으로 3無를 지적했다. 관련 데이터가 없고, 정책이 없고, 그리고 감시가 없다는 것. 그래서 탄소 배출이 정확하게 얼마나 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고, 그러니까 그를 줄이기 위한 정책이 없고, 그렇기에 역시 이를 감시하는 체계가 없어 계속 자살골을 넣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이제 잘 먹기만 할 뿐 아니라, 잘 요구하기도 해야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지구에서 계속 먹거리를 먹으며 살아가야할 우리가 할 일인 것이다.

제로 칼로리 말고, 제로 탄소 밥상도 받고 싶지 않은가.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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