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아이, 루치뇰로 도마뱀 그림책 3
로사리오 에스포지토 라 로싸 지음, 빈첸조 델 베키오 그림, 황지영 옮김 / 작은코도마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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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뇰로'는 이탈리아어로 '양초의 심지'를 뜻하는 단어다. 굉장히 스키니한 사람을 폄하하는 의미로 부르는 단어인데, 유명한 이야기 '피노키오'에 나오는, 피노키오를 꾀어 장난감 나라로 데려간 아이도 본명이 아닌 루치뇰로라 불린다고 한다. 발음하기조차 힘든 이 단어를 닉네임으로 가진 소년의 본명은 '지안니'. 수시로 거짓말을 일삼고 말썽을 피우지만, 그렇지 않으면 마치 칠판이나 전등과 다를 바 없이 없는 존재로 취급받게 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행동들을 일삼았다.


같이 문제를 일으켰어도 와서 항의하거나 대변해 줄 부모나 보호자가 없었던 루치뇰로는 퇴학을 당하고, 고양이와 여우로 불리는 불량배들을 따라가 거리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조직의 두목인 상어를 만나 일말의 양심이었던 머릿니를 없앨 뻔 하였지만,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여 조직을 나와 교도소에 있는 아버지를 만나러 하염없이 걷는다. 교도소에 수감된 아버지 역시 피노키오에 나오는 인물의 이름을 닉네임으로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내용이 피노키오에 나오는 조연들을 내세워 제페토 할아버지와 요정의 사랑으로 보호한 피노키오와 대비되는 루치뇰로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말썽을 피워도 사랑과 헌신으로 돌봄을 받고 자라는 피노키오들이 있지만, 반대로 끊임없이 애정과 관심을 갈구해도 비난과 손가락질만 돌려받는 루치뇰로들도 많이 있다.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모두 비슷한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고 귀기울여주는 사람이 한 두 명쯤은 존재해야하지 않을까. 가정에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면, 사회와 국가가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저자가 실제로 아버지를 만나러 교도소에 가는 아이를 데려다 주며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했다고 한다. 아이가 했던 말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저는 아버지에게서 어떤 냄새가 나는지 몰라요.
한 번도 만져 본 적이 없거든요. 늘 유리 너머로 아버지를 봤어요."

"저는 루치뇰로예요. 누구나 아는 이야기 속에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어두운 부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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