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선생과 열네 아이들 -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강원도의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저자와, 저자의 6학년 제자들의 사건과 성장기를 담아놓은 책.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읽는 교실 동화>라는 부제에 걸맞게, 활자의 크기가 제법 커서 시원시원하게 읽힌다. 하지만 한 편을 읽고 잠시 생각하는 여운의 시간을 가지느라 그렇게 빨리 읽을 수는 없었다, 아니 빨리 읽고 싶지 않았다. 매일 매일 아끼는 사탕을 꺼내먹듯, 한 편 한 편 아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다.

책 속 저자의 제자들은, 저마다 모두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허구헌날 부딪히고 사건을 일으키는, 바로 우리 주변의 아이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일화를 이렇게 엮어내어 영원히 세상에 박제한(?) 배추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이겠지. 배추 선생님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권위 있고 카리스마로 아이들을 제압하는 그런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나고, 놀림받기 일쑤이며, 때로는 무시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정말 좋아하는 선생님이 아니고서는 이런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말한다. '쌤'한테는 혼나도 괜찮지만, '선생님'한테는 혼나고 싶지 않다고. 3월에 만나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 쌤과 아이들의 라포는, 절대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반 선생님, 다른반 학생이 아닌, 우리반 쌤, 우리반 아이들. 서로 다르지만 서로 배려하고 맞춰가며 자신의 빈틈을 채우는 아이들. 어쩌면 학교 교실에서 해야하는 것은 국영수사과 지식전달보다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스스로 배우는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배추 선생님은 큰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읽다보면 누군가는 학창 시절의 쌤을 떠올릴 것이고, 정겨운 동창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며, 배추 선생님과 아이들이 부럽게 느껴질 것이다. 특히 '춤값'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에서는 삽화에 실린 아이들의 얼굴에서 나와 내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오랜만이라 놀랍고, 고맙고, 그리웠다.

"이제 햄버거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안 먹어도 돼. 이건 한 인간의 자존심에 대한 도전이야."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