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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진희는 '집착으로 인해 생길 수밖에 없는 상실감이나 또 그에 대비하려는 불안'감이 싫어 애인을 하나 이상 만든다. A가 떠나면 B가 있기에 떠남의 슬픔보다 만남의 설레임이 있는 것이고, B마저 떠난다 해도 C가 기다리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둘은 하나보다 낫고 둘보다는 셋이 낫다.
진희에겐 영원한 사랑이 없다. 그래서 늘 떠나는 사랑을 준비하고 미련을 두지 않는다. 상대가 유부남이거나, 연하거나 상관없다. 그저 사랑하는(사랑한다고 믿는) 순간에 충실하면 된다.
진희의 삶은 항상 '바라보는 나'와 '보여지는 나'가 함께 산다. 때에 따라 진희는 '바라보는 나'가 되기도 하고 '보여지는 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 인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상처들을 교묘히 피해 나가고 미리 준비한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새로운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남보다 커진다. 그래서 방어막을 쌓거나 새로운 공격력을 키움으로써 세상 살아가는 자신 나름의 방법을 만들어낸다. 그런 면에서 진희는 철옹성같은 방어벽을 쌓고 자신의 세계에서 단 한발짝도 나오지 않는다. 희망을 갖는 일마저 또 다른 상처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포기한다. 자신의 인생마저 관망하는 자세로 살아가지만 그녀는 이것을 가볍게 산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굳이 삶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전투적으로 살 필요는 없다. 어찌 되었든 그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며 너무나도 개인적인 문제이기에 타인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힘이 나고 즐거워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내 인생, 내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 주어진 모든 것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거기서 받는 상처조차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었다.
나는 은희경의 소설을 좋아한다. 은희경의 소설은 손 떨리는 클라이막스도 없고, 복선도 긴장감도 없지만 재미있다. 또한 읽고나면 자꾸 이야기하고 싶게 만든다.
나는 지금 진희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 진희의 가치관에 대해, 그녀의 삶에 대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희는 정말 마지막 춤을 추고 싶은 사람이 있는건지, 아님 누군가가 진희와 마지막 춤을 추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건지.......
마지막 춤을 춘다는 것, 그것은 결혼이고, 결혼은 곧 사랑의 완성(?)이며, 종착역이고, 다시 상처가 되는걸까? 너무도 상투적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를 작가 은희경은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해답은 제시하지 않은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