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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
허시명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술 문화는 강제적이고 공격적이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년초면 대학 신입생이 술로 인해 사망했다는 어이없는 기사가 등장하기 일쑤고 폭탄주며 회오리주, 삼배주, 원샷까지 먹고 죽자(?)는 식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에 드러나는 우리 선조들의 술 문화는 지금의 것과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선 술 빚는 일은 겨울에 김장을 담그듯 집집마다 할 수 있는 흔한 일이었고 김치를 나눠먹듯 술도 익으면 한 잔씩 기울이며 나눠 먹는 촌락의 작은 음식문화였다. 술 빚는 사람이 어머니고 아버지인데 술 먹고 몸가짐이 흐트러지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고 지역색이 살아 있어 같은 종류의 술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던 것이 국가의 손이 미치며 쌀로 술 빚는 것이 금지되고 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 밀주가 되어 버리니 차츰 술 빚는 사람이 없어지게 되었고 다종 다양했던 우리 술은 우리가 그렇게도 부르짖는 통일(?)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 지형적으로 고립된 지역일수록 전통술이 그대로 살아있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일수록 우리 것이 옛 모습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겠지. 우리가 우리 손으로 우리 술을 못 빚게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곤 다시 그것들을 살리자고 부산을 떠니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에 대한 자존심으로 아직까지 술을 빚는 사람들이 있다. 문배주, 인삼주, 안동 소주, 포천 막걸리처럼 우리 귀에 익은 것도 있고 홍주, 소곡주처럼 귀에 설익은 것도 있다. 아직까지 직접 누룩을 띄워 술을 빚는 분도 있고 아예 기업으로 키워 대량 생산하는 곳도 있다.
이런 술도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사진과 함께 곁들여진, 정말 맛깔스런 여행이다. '와~~ 진짜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상차림은 아니지만 입 안에 침이 슬며시 고이게 만드는 - 은근히 술 욕심이 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