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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 상권
줄리에트 모리오 지음, 유정희 옮김 / 가리온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민자영'우리의 가장 치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인 민비시해로 더욱 유명한(?) 왕비. 덕분에(?) 본명으로 후세에 기억되는 하찮은 영광을 누리고 있는 그녀.역사란 승리자의 기록이다. 패자인 명성황후는 승리자의 왜곡된 역사 한가운데에 여전히 난자당한채로 살고 있다. '여우', '근대 조선을 말아먹은 장본인', '드센 여자',,,,,, 등 근대 역사를 토대로 한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너무 시끄럽게 울어서 집안을 망하게 한 암탉일 뿐이다. 이러한 명성황후에 대해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한 사람이 바로 줄리에트 모리오다.
소설 명성황후는 하룻밤의 이야기다. 명성황후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날 세자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명성황후 자신이 지나온 일을 되짚으며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때문에 연속된 사건의 갈등이나 위기보다는 여러가지 묘사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서 줄리에트 모리오라는 사람에 대한 경탄이 터져나온다, 뛰어난 언어구사, 유럽인으로서 동양 여인이 되어 말하는 심리묘사, 우리 역사에 대한 통찰력까지.... )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외로움과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아들에 대한 염려와 후궁들에 대한 질투, 여자로서의 사랑 ..... 명성황후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절제된 감정들로 모두 표출되고 있다. 그동안 이런 말들을 가슴에 담아두고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라는 원초적 궁금증보다는 철인으로만 생각하며 몰아세웠던 한 사람에게 몹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