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평점 :
압도당하는 두께.
책이 두껍다는 건 내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요즘처럼 책 값이 비쌀 적에는 본전 생각 나지 않아서 좋다는 것과
저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
매직 스트링 역시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게 하면서도
핑크핑크한 표지로 은근 설레게 만드는 매력 발산.
중년의 아줌마들이 꽃분홍 립스틱에 꽃분홍 바지에 꽃분홍 티셔츠까지 입는 걸 이해 못했었지만,
요즘 자꾸만 핑크핑크에 흥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ㅋㅋㅋ
흥분한 김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매직 스트링은 이름 그대로 "매직"이었다. ㅠ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 작품.
작가는 여전히 세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주제와 에피소드를 넘어서 글, 문장 자체가 따뜻해진 것.
화자가 음악인데 정말 음악이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짧고 간결하면서 따뜻함을 전하는 힘 자체가 이미 매직.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끊어서 읽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쉬어 읽어야 한단 말인가.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되니 어디에서 쉬어도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실존인물은 이것이 소설인지 다큐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장례식부터 시작된 이야기 덕분에 주인공이 겪는 시련의 결말이 더 궁금해지니 끊을 수가 없더란 말이다.
뒷목이 뻐근해짐을 느끼면서도 결국 한 번에 다 읽게 만든 매직 스트링.
뒷못 잡으며 읽게 만드니 이것이 또한 매직. ㅋㅋㅋㅋ
기타와 인생 이야기.
가슴 따뜻한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또 가슴 아픈 이야기임도 분명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더라........."
그가 만난 모든 인물이 그의 인생 모두에 꼭 들어맞는 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이 차지한 역할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인생의 신비가 펼쳐진다.
'늙음' 을 준비하는 내게 큰 울림을 준 책, 매직 스트링.
삶에 대해, 내 주변의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내게 주어진 -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르겠는 재능에 대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다.
5월에 받은 선물, 매직 스트링, 참으로 감사한 책이었다.
참고로, 나는 클라이막스가 따로 없는 이런 소설을 정말루, 엄청나게, 굉장히 좋아한다.
보는 이에 따라 지루하고 읽기 힘들 수 있으니 꼭 참고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