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 살균제와 말해지지 않는 것
소재원 지음 / 새잎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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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목부터 고심했다.

가습기 살균제 이야기라고 말을 할까 말까.

내가 '가습기 살균제'에 갇혀서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말은 빼고 싶었으나,

'균' 자체가 가습기 살균제를 빼면 안되는 소설이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망설이기만 했다.

 

할 말도 많고 하고픈 말도 너무 많게 만드는 책.

'균' 서평으로 A4 10장은 너끈히 써낼 자신이 있다.

 

 

1.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떠올리며 책을 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유족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서술한 책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세월호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균'은 소설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일 수 없었다.

피해자 가족 이야기에 눈물 뿌릴 준비를 했던 나 스스로의 선입견때문에,

'균'이 정치 이야기가 주된 사건인 소설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2.

책을 읽기 전, 인터넷에서 '균'에 대한 글을 봤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국민들이 결국 모두 한통속(?)이라는 접근은 위험하다........ 뭐 이런 요지를 담고 있었던 글.

그 글을 쓴 양반도 나처럼 '균'이 소설이라는 걸 자꾸 잊었나보다.

다큐가 아닌데 왜 객관성을 요구하는가.

기득권이 아닌 나는 눈물 뿌리며 도시락을 싸는 아줌마, 그 자체였고,

언론에서 다루지 않으면 쉽게 잊는 대다수 중 하나였기에,

오히려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했는데 말이다.

 

3.

집단이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

개인 중에서도 자녀를 둔 가장의 이야기.

거대 권력 앞에 아무 것도 아닌, 그래서 매일매일 용기가 필요한 아버지의 이야기.

억울한 죽음은 있었으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를 구입한 내가 죄인이어야 하는 부모의 이야기.

힘없는 개인이 거대 권력의 장단에 맞춰 어떤 광대놀음을 하는지 보여주는 슬픈 이야기.

 

욕이 절로 나온다.

그러나 아무에게나 욕을 내뱉어서는 안된다.

욕 먹어야 할 상대를 제대로 골라 제대로 욕하자.

이러다 잊는 냄비근성이라고 서로를 비하하지 말라지 않는가.

우리 역시 그들의 장단에 어떤 광대놀음을 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작가 소재원은 '균'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11살 아들을 둔 누리 엄마다.​

그래서 '균'은 아프다.

아파도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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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스트링
미치 앨봄 지음, 윤정숙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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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당하는 두께.

책이 두껍다는 건 내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요즘처럼 책 값이 비쌀 적에는 본전 생각 나지 않아서 좋다는 것과

저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가슴이 답답하다는 것.

 

매직 스트링 역시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품게 하면서도

핑크핑크한 표지로 은근 설레게 만드는 매력 발산.

중년의 아줌마들이 꽃분홍 립스틱에 꽃분홍 바지에 꽃분홍 티셔츠까지 입는 걸 이해 못했었지만,

요즘 자꾸만 핑크핑크에 흥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ㅋㅋㅋ

흥분한 김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매직 스트링은 이름 그대로 "매직"이었다. ㅠ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작가 미치 앨봄 작품.

작가는 여전히 세상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전과 조금 달라졌다.

주제와 에피소드를 넘어서 글, 문장 자체가 따뜻해진 것.

화자가 음악인데 정말 음악이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짧고 간결하면서 따뜻함을 전하는 힘 자체가 이미 매직.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책을 끊어서 읽을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어디에서 쉬어 읽어야 한단 말인가.

본인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고

'음악'과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되니 어디에서 쉬어도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실존인물은 이것이 소설인지 다큐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장례식부터 시작된 이야기 덕분에 주인공이 겪는 시련의 결말이 더 궁금해지니 끊을 수가 없더란 말이다.

뒷목이 뻐근해짐을 느끼면서도 결국 한 번에 다 읽게 만든 매직 스트링.

뒷못 잡으며 읽게 만드니 이것이 또한 매직. ㅋㅋㅋㅋ

 

 

기타와 인생 이야기.

가슴 따뜻한 이야기임은 분명하지만 또 가슴 아픈 이야기임도 분명하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이더라........."

그가 만난 모든 인물이 그의 인생 모두에 꼭 들어맞는 자리를 차지하고,

그들이 차지한 역할에 따라 주인공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인생의 신비가 펼쳐진다.

 

'늙음' 을 준비하는 내게 큰 울림을 준 책, 매직 스트링.

삶에 대해, 내 주변의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내게 주어진 -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르겠는 재능에 대해 조용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겠다.

5월에 받은 선물, 매직 스트링, 참으로 감사한 책이었다.

참고로, 나는 클라이막스가 따로 없는 이런 소설을 정말루, 엄청나게, 굉장히 좋아한다.

보는 이에 따라 지루하고 읽기 힘들 수 있으니 꼭 참고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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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기본 한국사 - 선사시대에서 조선후기까지 우리 역사의 모든 것
김광일.김보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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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진짜로 기본이 되는 한국사다.

시험공부를 위한 한국사가 아니라 교양과 상식을 위한 한국사.

 

우선, 문체가 상냥하다.

이야기하듯 조단조단 풀어내지만 사족을 달아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세한 내용은 '표'의 형태로 만들었고, 

살짝 놀랄 정도로 많은 사진을 첨부해서 구체적인 내용은 사진 설명으로 대체한다.

시험공부를 위해 이 책을 본다면 표를 보며 암기하면 되겠고,

취미나 상식을 위해 본다면 표는 보지 않고 넘어가도 되겠다.

목적에 따른 책읽기의 선택이 가능한 요런 구성, 맘에 든다.

 

책이 두꺼워서 본전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ㅋㅋㅋㅋ

역사를 처음 공부하던 학창시절,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다보니 시험만 끝나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험을 했던 터.

한국사는 나처럼 시험을 위한 암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 이라는 교훈을 얻었던 바.

내 아이의 한국사 공부는 사진이나 자료, 직접 체험에 촛점을 맞추고 싶었다.

 

'진짜 기본 한국사 ' 는 이런 내 요구에 딱 들어맞는 책.

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책이 그림에 많이 의존하는데,

직접 체험에 한계를 느끼는 나에겐 그림보다 사진이 훨씬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몹시 맘에 들었다.

사진이 많으니 화려해서 볼 맛도 나는 것은 덤. ㅎ

그러나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어렵다.

책 내용은 내가 숙지하여 설명하고 사진은 아이가 보는 걸로. ^^

간만에 안하던 짓 좀 할랬더만, 사진을 발로 찍게 되었지만. ㅡㅡ;;

​내용보다 구성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므로 괜찮다고 합리화중. ㅋ 

어쨌든 박물관 전시 사진까지 넣어주는 수고와 (책 윗부분)

사진에 대한 설명은 물론 뒷이야기, 용어 설명, 보충 내용 등등의 Tip 이 있고 (왼쪽 아래)

원래 이야기의 흐름은 흐름대로 (오른쪽 아래) 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글'보다 '사진' 중심이라 편하게 아무 때고 들춰보기에 부담없었던 점이 가장 좋았던 지라

당당하게, 소장하는 책으로 분류되었음.​

(책값이 비싸지면서 빌려서 봐도 되는 책과 소장하는 책으로 분류를 시작했다. ㅠㅠ)

 

"진짜 기본 한국사", 제목 제대로 지었단 생각. ^^

단, 조선후기까지만 다루고 근현대 부분은 빠져 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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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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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다행이었다.

벌레가 난무하고 묘사가 치밀하면 어쩌나 많이 걱정했던 책.

'고충증'은 기생충에 의해 걸리는 질환의 이름이다. ㅎㅎㅎ

벌레에 과민반응이 있는 나는 미리 구충제도 사다 먹으며 심난한 마음을 달래고 읽기 시작.

구충제로 예방주사(?)를 맞고 시작해서 그랬는지 걱정보다 편안하게 읽었다.

 

다크 미스테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유없는 살인, 특히 묻지마 살인 이야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살인에도 나름의 개연성과 공감을 형성하는 것이

활자로 찍어서 불평등 다수에게 읽히는 '글'의 도리라고 여기는 바.

'고충증'은 다크 미스테리와 이유없는 살인 중간의 어디쯤에 위치한 책.

내가 좋아하지 않는 영역인데 '아~ 싫다' 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에로틱 버전이라서 그런 것일까? ㅋㅋㅋ

 

19금 딱지를 붙여도 괜찮겠다 싶게 에로틱한 추리소설.

그러나 '야함'에 빠질 수 없도록 벌레로 방어막을 친다. ㅡㅡ;;

​고맙기도 하셔라.

 

기생충, 살인, 야함, 미스테리 모든 것을 갖춘 추리소설이 맞는데 묵직한 느낌을 준다.

사건 전개도 그렇지만 상황이나 심리 묘사가 뛰어나기 때문인듯.

​'설명'이 아니라 '묘사'로 접근하는 방식은 참 좋다.

추리소설에서 찾기 힘든데 말이지.

대신, 결말에서 내 뒤통수를 쳤다는 거.​ ㅠㅠ

결말을 설명으로 끝내다니!!!!!!

 

​책을 덮은 후에도 후유증이 오래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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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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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공부하는 중국인이 번역했다는 독특한 작품.

그래서 술술 읽혀버리는 가독성에 깜짝 놀랐던 작품.

너무 순식간에 읽어버리는 바람에 책이 아깝다고 느껴졌던 작품.

무엇보다, 읽고나서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영상으로 기억이 남는 특이한 작품.

밑도끝도없이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패스나,

선혈이 낭자하는 폭력을 극도로 혐오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신의 술래잡기는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신선하고(?) 엽기적인(?) 것이 중국답다는 느낌이랄까.

 

여러 말이 뭐 필요하랴.

직접 읽어보고 판단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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