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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이바구 - 이바구스트 손반장이 안내하는 색다른 부산 여행
손민수 지음 / 인디페이퍼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산복도로.
처음 듣는다.
'배 복(腹)' 자를 써서 산 가운데 있는 도로를 말한다는 산복도로.
한 개의 도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산 가운데 있는 도로는 몽땅 산복도로라고 한단다.
빠르게 달리는 도로를 모두 고속도로라고 하는 것처럼.
부산.
부산이 항구도시임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항구도시니까 바다를 끼고 있고 어촌이니 바다가 많은 건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았다.
부산이란 이름에 왜 '산(山)' 자가 들어갔나 의심은 커녕 부산의 '산'이 그 '산'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부산은 산이 많은 도시였고 6.25 전쟁 당시 피란을 와 머물 곳 없는 사람들이 산 중턱까지 터를 잡게 되었다 한다.
사람들이 오르내리기 위해 산 중턱까지 길이 필요했고
부산이란 도시와 산복도로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어 산복도로 이바구를 만들어낸다.
그저 그렇게 뻔한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했다.
부산은 친근하고 익숙한 동네여서 만만하게도 봤다.
부산 친구가 있어 부산만큼은 관광지가 아닌 동네 구석구석도 외지인답지 않게 많이 안다고 여겼었드랬다.
이유없는 자신감과 오래간만에 부산 여행을 계획하며 신나고 들뜬 마음이 어우러져 잡아들었던 산복도로 이바구.
까불면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고 작정이나 한 듯이 풀어내는 산복도로 속 숨은 이바구는 들뜬 마음을 물리치며 경건하고 숙연하게 만든다.
깎아지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살아야 했던 고단한 삶.
아름다운 해안 마을이라 칭송받지만 바닷바람에 맞서 공동무덤 옆에 자리잡아야 했던 아픔의 현장.
전통과 역사로 유서 깊은 곳처럼 보이는 비석마을은 사실 무덤 앞의 비석과 공존하는 마을이라는 사실.
표지판을 세우기 위해 땅을 판 곳에서 일본이 박은 쇠말뚝이 나오는 현장까지.
부산은 휴가철이면 사람들이 넘쳐나는 해운대로 대표될 곳이 아니었다.
우리의 뼈아픈 근현대가 공존하는 땅.
생소한 산복도로로 대표되는 역사의 산 증인이었던 것이다.
부산 여행을 룰루랄라 놀자고 오는 사람들을 보며 저자가 얼마나 하고픈 말이 많았을까 싶다.
하고팠던 수많은 말을 이번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서 그런가.
책이 두껍다.
글자도 많다.
사진은 크기를 최대한 줄였다.
사진 크기 작은 것이 나는 못내 아쉬웠지만 사진을 크게 넣으면 산복도로 이바구는 2권짜리 책이 되었어야 했겠지. ^^;;
부산 여행을 어떻게 재미나게 보낼까 궁리하기 위해서라면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부산 여행을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겠다면 꼭 읽어보라 추천하고프다.
기존의 여행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르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