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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강렬한 시작.
보모가 두 아이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엄마가 목격한 현장은 고통없이 즉사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와 죽어가는 큰 아이, 그리고 보모.
내가 싫어하는 구성.
결론은 이미 알고 있고.
시간을 거슬러 결말로 되짚어 오면 아는 이야기 다시 듣는 것 같아 재미가 없어지니.
어지간한 내공의 작가가 아니고선 시선을 붙잡아둘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달콤한 노래가 말이다.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한다 이 말이다.
심지어.
한 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일하다 3분만 시간이 비어도 책을 꺼내 읽게 만들더라 말이다.
루이즈는 누가 봐도 완벽한 보모다.
두 아이를 친자녀처럼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온 집안을 빛이 나도록 정리한다.
뛰어난 음식솜씨와 무거운 가구를 혼자 옮기는 괴력은 덤.
빈틈없이 화장을 하고 매니큐어를 발라 자신을 관리하지만 만나는 친구도 가족도 없다.
아침 일찍 방문해서 밤 늦게 퇴근해도 불평불만따위는 없다.
오히려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외출을 독려하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늘린다.
그러나 보모가 아닌 루이즈는,
갚아야 할 빚이 있지만 갚지 않고.
고쳐야 할 집이 있지만 고치지 않는다.
남의 아이에겐 헌신적이지만 자기 자식에겐 무심하다.
남편도 딸도 타자의 눈으로 바라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숨을 쉬기 때문에 사는 것이지 삶의 의미따위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미리암의 가족에 의해 하나의 '존재'가 된다.
"당신이 있어 우리 가정이 더 빛이 나요,
당신은 보모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에요,
함께 휴가를 떠나야죠.
수영을 못한다면 내가 가르쳐 주겠어요.
아이들은 두고 우리 셋이 저녁을 먹어요......."
루이즈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
자신의 존재를 가르쳐준 미리암의 가족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보모 루이즈.
그녀가 아이들에게 불러준 달콤한 노래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집 주인(부모들)에게 불러준 달콤한 노래는 내 존재를 찾기 위함이었다.
달콤한 노래를 불러줄 아기가 자라 어린이가 되면 사라져야 하는 자신의 존재.
내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내가 계속 가족으로 머물 수 있다면........
루이즈는 결국 칼을 들고 만다.
이야기는 3인칭으로 서술된다.
루이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미리암과 폴이 루이즈를 멀리하는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일어난 사건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만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마음이 모두 이해된다.
처음엔 루이즈의 편에 서서, 나중엔 미리암과 폴의 편에 서서.
절대고독을 알았다면 철학가가 되었겠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몰랐던 루이즈는 '보모'라는 일 속에서 견뎌낸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라는 기쁨을 맛본 후의 루이즈는 혼자 남겨질 두려움에 떤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비극.
달콤한 노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내면의 허약한 지점을 정곡으로 찌른다.
아주 아프게.
아주 씁쓸하게.
프랑스 문학의 스타가 탄생했다는 띠지 광고에 100%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