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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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하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글쓰기는 남을 가르친다고 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 일일까 의심이 가는 분야 중 하나.

개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옮겨 적는 일이 글쓰기인데 그것을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 글은 누구의 글이 되는 것인가.

그래서 글쓰기에 관한 책이 나오면 초초초관심을 갖고 읽게 된다.

나 역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과 상관없다 말할 수 없으므로.



 

글쓰기 훈련소는 직접적인 글쓰기 연습을 시키는 책은 아니다.

읽기 편하고 어수선하지 않은 문장에 대한 얘기도 하지만 글의 구성을 보다 잘 잡을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유려한 문장을 구사하면 뭐하나.

글쓴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는지 모른다면 말짱 꽝인 것을.

좋은 문장도 문장이지만 제대로 된 구성을 갖춰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일기든 편지든, 서평이든, 블로그든.

뭐가 되었든 글이라는 걸 쓰고 있는 사람에겐 도움이 되겠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쓰다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형식에 대한 어려움에 부딪치게 마련이고,

그런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도움을 받겠다.

그러나 이제부터 뭘 써보겠다 맘먹고 선택하는 책이라면 난해할 수도 있겠음.


책 초반에 고쳐야 할 문장과 좋은 문장을 소개하는데, 서로 비교가 되서 그런가 전율이 느껴진다. ㅎㅎㅎ

문학도도 아니고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아니건만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불끈불끈 생길 정도.

지은이가 고친 문장을 종이로 가리고 문장을 바꿔보는 것도 재미있다.

문장을 고친답시고 했는데 내 문장도 이상한 거 아닌가 은근 긴장되고 떨림. ^^;;

 

글쓰기 훈련소인데 책이 얼마나 잘 읽히겠는가.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잘 읽힌다고 속도 내서 읽기보단 직접 고쳐보고, 써보고, 내 글과 비교해가며 본다면 큰 도움이 될 듯.

간혹 오타가 보여서 끄응...... 했지만. ㅎ


'전작 글쓰기 훈련소에 썼지만'이란 표현이 자주 나온다.

같은 저자의 같은 제목의 책이 또 있으니 혼동하지 마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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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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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단편문학을 읽을 땐 절대로 한 번에 읽지 않는다.

단편소설집은,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현남 오빠에게 처럼 같은 주제나 소재로 묶여 있든지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이 실려 있어 패턴이 읽히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

작품 하나씩 시간차를 두고 나눠 읽어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더 재미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남 오빠에게는 서간체(편지) 소설을 비롯, 느와르, SF까지 장르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까지 달라 여느 단편소설집과 다른 차별성이 있음은 확실하다.


2.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문학공부를 제대로 했다는 소설가들의 단편을 읽으면

문장이 도드라져 보여 스토리에 빠져 읽는 장편소설과는 전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현남 오빠에게에선 한 작품을 빼고 '글'을 읽는 즐거움까지 맛봤다.


3.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소설' 타이틀이 아쉬웠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

소설의 소재로 편하게 접근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내용이,

페미니즘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른 색을 덮어쓴 기분이 들었다.

다양한 각도로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어디를 어떻게 페미니즘으로 이해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고민했던 시간.

틀에 가두지 않고 본다면 아주 좋았음.

여성의 주체적 삶에 대해 생각할 계기가 된다면 더욱 좋겠음. (최은영의 작품 '당신의 평화'가 가슴을 후빈다. ㅡㅡ;;)

4.

책 제목이기도 한 현남 오빠에게는 잘 나가는 작가 조남주의 작품.

베스트셀러 기피증 환자여서 기피하고 있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어야겠다 결심하게 만든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할 말만 콕 집어, 흥분하지 않고 전달하는 방식이 사람을 빨아들인다.

소심한 복수일지 모를 마지막 결말은 10년간 쌓은 용기의 결정체.

눈 치켜뜨고 맞서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이, 소설 속 주인공처럼 흉내라도 내보겠다 용기내는 계기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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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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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강렬한 시작.

보모가 두 아이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엄마가 목격한 현장은 고통없이 즉사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와 죽어가는 큰 아이, 그리고 보모.


내가 싫어하는 구성.

결론은 이미 알고 있고.

시간을 거슬러 결말로 되짚어 오면 아는 이야기 다시 듣는 것 같아 재미가 없어지니.

어지간한 내공의 작가가 아니고선 시선을 붙잡아둘 수 없다.


그런데 말이다.

달콤한 노래가 말이다.

시선을 붙잡는데 성공한다 이 말이다.

심지어.

한 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일하다 3분만 시간이 비어도 책을 꺼내 읽게 만들더라 말이다.


 


 

루이즈는 누가 봐도 완벽한 보모다.

두 아이를 친자녀처럼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온 집안을 빛이 나도록 정리한다.

뛰어난 음식솜씨와 무거운 가구를 혼자 옮기는 괴력은 덤.

빈틈없이 화장을 하고 매니큐어를 발라 자신을 관리하지만 만나는 친구도 가족도 없다.

아침 일찍 방문해서 밤 늦게 퇴근해도 불평불만따위는 없다.

오히려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외출을 독려하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늘린다.


그러나 보모가 아닌 루이즈는,

갚아야 할 빚이 있지만 갚지 않고.

고쳐야 할 집이 있지만 고치지 않는다.

남의 아이에겐 헌신적이지만 자기 자식에겐 무심하다.

남편도 딸도 타자의 눈으로 바라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숨을 쉬기 때문에 사는 것이지 삶의 의미따위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미리암의 가족에 의해 하나의  '존재'가 된다.

"당신이 있어 우리 가정이 더 빛이 나요,

당신은 보모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에요,

함께 휴가를 떠나야죠.

수영을 못한다면 내가 가르쳐 주겠어요.

아이들은 두고 우리 셋이 저녁을 먹어요......."

루이즈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사라지고 싶지 않다.

자신의 존재를 가르쳐준 미리암의 가족 곁을 떠나고 싶지 않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보모 루이즈.

그녀가 아이들에게 불러준 달콤한 노래는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집 주인(부모들)에게 불러준 달콤한 노래는 내 존재를 찾기 위함이었다.

달콤한 노래를 불러줄 아기가 자라 어린이가 되면 사라져야 하는 자신의 존재.

내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내가 계속 가족으로 머물 수 있다면........​ 

루이즈는 결국 칼을 들고 만다.


이야기는 3인칭으로 서술된다.

루이즈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미리암과 폴이 루이즈를 멀리하는 마음을 알 수 없다.

우리는 일어난 사건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만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마음이 모두 이해된다.

처음엔 루이즈의 편에 서서, 나중엔 미리암과 폴의 편에 서서.


절대고독을 알았다면 철학가가 되었겠지만,

자신의 외로움을 몰랐던 루이즈는 '보모'라는 일 속에서 견뎌낸다.

대등하지 않은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라는 기쁨을 맛본 후의 루이즈는 혼자 남겨질 두려움에 떤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만들어낸 비극.

달콤한 노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내면의 허약한 지점을 정곡으로 찌른다.

아주 아프게.

아주 씁쓸하게.


프랑스 문학의 스타가 탄생했다는 띠지 광고에 100%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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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어쨌다고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1
부키 바이뱃 지음, 홍주연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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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읽히려고 했던 책은 아닌데 함께 읽게 됐다.

5학년 말이 되니 어지간한 책은 함께 읽는 중.

13살 에바의 학교생활 일기, 내가 뭐 어쨌다고!!! 를 읽은 5학년 12살 남학생의 한 줄 평.


"10점 만점에 8점.

엄마가 더 부풀려서 서평 써도 괜찮아.

난 너무 졸려서 더 말 못하겠으니까."

내가 뭐 어쨌다고에 등장하는 서양 13세나 대한민국 12세나 거기서 거기. ㅡㅡ;;


 

초등학교 5학년이 함께 읽어도 좋았다.

일단 재미남.

만화책은 아닌데 글보다 그림이 많고 어른의 입장에서 하는 충고가 아니라 고루하지 않다.

엄마 입장인 나는 살짝 충격을 받았을 정도.


새로운 환경에 들어서는 아이를 응원한답시고 했던 내 행동이 등장하는데........

그것을 제 3자 - 그것도 아이의 시각에서 바라보니,

엄마인 나를 위로하는 행동이었을 뿐 아이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더라. ㅡㅡ;;

입학식에 새 옷을 입고 새 가방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것이 아이에게 뭔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을 눈앞에 둔 아이의 두려움이 '화이팅', '넌 할 수 있어' 라는 말로 해결이 되더란 말이다.

'화이팅'은 엄마 입장이고 나는 전혀 기쁘지 않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따위는 아예 생기지 않는다고 외치는 "내가 뭐 어쨌다고".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아이.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없는 아이.

꿈이 없는 아이.

동아리 활동이나 선택수업마저 선택할 수 없는 아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자처럼 보일 수 있는 아이.

그러나 눈에 띄지 않는 그 아이도 뛰어난 것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뛰어남을 알아본 선생님의 놀라운 제안. ^^


근거없는 낙관론은 딱 질색이다.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거짓말도 딱 질색이다.

질색인 이 두가지를 섞지 않고 희망을 던져주니,

사춘기에 접어들어 "나" 를 찾기 위해 방황하는 사춘기 초년병들과 엄마들이 읽으면 좋겠다.

내가 뭐 어쨌다고!!!!

제목은 반항기 한가득이지만 반항은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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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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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니 머릿 속이 너무 복잡해서 정리가 안된다.

혼돈의 연속.

 

단계별 상승의 책.


​1단계.

아무리 영화같은 책이라고 해도 책이기 때문에 읽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용에 빠져들기 전엔 어쨌든 활자를 통해 메세지가 전달되어야 하는데 초반 '글'의 매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나, 둘 건너 뛰는 문장이 생기니 '기대가 컸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2단계.

등장인물이 죄다 나오고 사건이 전개.

분명 맨 앞에 등장인물과 사건은 전부 허구며 뭔가 겹쳐도 그건 우연이라더만,

뭔가 떠오르는 사건과 인물이 너무 많다. ㅎㅎㅎㅎㅎㅎㅎ

아~ 이런 거 좋아.

어떤 사건과 어떤 인물이 떠오르는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하시라. ^^


3단계.

드디어 스프린터(달리는 사람)가 언더월드(지하세계)에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총알이 빗발치고 포탄이 터지고 괴생명체와 싸우며 사람이 죽어나간다.

우리의 주인공 4명은 빗발치는 총알과 포탄을 뚫고 문제의 중심부로 나아간다.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처럼 어지간해선 죽지 않으며 그렇게.


나는 다이하드와 터미네이터의 왕팬.

화면 한가득 사람들이 죽어나가도 우리의 주인공은 살아야 한다.

온몸에 피칠을 해도 살아남아 적을 없애야 재미나지.

우리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살아남는다.

4단계.

음모가 밝혀진다.

드디어 SF 적 요소가 극에 치달으며 흥미 진진.

이번엔 영화 "X맨" 이다.

사람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이 드러나며 사라졌던 기찬이의 등장.

5단계.

젠장!!!!!

욕이 나올랑 말랑.

스프린터 언더월드는 시리즈였다.

1편 끝, 2편에 계속. ㅠㅠ

손이 부들부들 떨림.

다음 책까지 언제 기다리느냐 말이다.


< 총평 >

재미나다.

문학적 요소를 놓고 따져 보자면 엉성하고 허술하지만 다 용서할 수 있다.

다이하드와 터미네이터와 X맨이 합쳐진 영화 한 편을 본 느낌 위에,

대한민국 사회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을 비판하는 진한 여운에 책을 덮고 한참을 앉아 있는다.


대통령과 신야가 했던 말.

사람은 자신과 다른 종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아느냐는 무서운 한 마디.

​선사시대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의 비밀.


 

스프린터 언더월드는 그냥 재미만 있는 책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메세지를 강렬하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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