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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슈테파니 슈탈 지음, 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얼핏 보면 나와 남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와 남이 아닌 나와 나 사이의 거리, 나는 그 사이에 거리를 두는 중이라고 받아들인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본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던 고등학교 시절의 미련인지 꾸준히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베스트셀러가 된 심리학 관련 책을 보면 기대와 달리 늘상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소설가 김형경을 통해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 방어기제에 대해 진지하게 받아들였었다.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에서도 방어기제를 다룬다.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 혹은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방어기제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저자.
이 책 역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내향성과 외향성으로 시작한다.
그와 별개로 애착 성향과 자율 성향으로 나눠 사례를 설명하고 연애, 사랑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다.
내향적이기도 하고 외향적이기도 하고, 애착 성향도 있고 자율 성향도 있는 나는 어쩌라는 것인지.
다른 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무심히 넘어가려는 순간!!!
난생 처음 내 모습을 발견한다.
거기에 쓰인 방어기제는 그냥 내 모습이었다.
내가 '나' 라고 여겨왔던 모습은 온전한 내가 아니라 방어기제로 똘똘 뭉친 - 가련한 '나' 였던 것이다.
내가 나를 직시하니.
흥분이 아니라 슬픔이 밀려온다. ㅠㅠ
저자는 현재의 내 모습만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나를 보라고도 한다.
일명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는 성장 과정에서 겪은 애착의 문제로 인해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어릴 때의 나를 말한다.
심리학 전공자와 함께 이 과정을 이미 거친 나는 '그림자 아이'를 찾는 일의 중요함에 고개를 끄덕끄덕.
책에서 여러 질문을 주고 따라하라고 하는데 유치해 보이지만 시키는대로 하면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그림자 아이를 찾는 일이 내 부모나 내 성장과정을 부인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는 저자의 말에 절대 공감.
그래서 말이나 글처럼 내 안에 있는 그 아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 안의 나를 찾는 과정.
나하고 거리를 두어야 내가 보이고, 그래야 관계 문제의 해답이 드러나니, 결국엔 내가 받는 상처가 줄어든다는 당연한 이야기.
당연하지만 어렵기만 한 그것을 돕는 책, 조금 더 편해지고 싶어서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내 얘기 같기도 하고 남의 얘기 같기도 했던 책들과는 분명 달랐다.
실제로 상담을 받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묵직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