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점에서 아쉬웠던 책

공부기술 - 점수, 마구 올려주는 공부의 법칙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11월

공부에는 물론 요령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기술이다. 그래서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당연히 성적에는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령이 결코 남의 경험담에 의해 충족될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 책에서 다룬 그러한 노하우는 일반적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보다는 조금은 파격적인 그래서 개인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혹자는 이런 모르는것이 있었네? 하고 그것이 그 신비의 비법이라 생각 하지만, 난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20분 마다 공부 과목을 바꾸라는 말은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다. 물론 몇몇 책들에서 그런 방법들을 소개되어온 적은 있으나, 그 효과에는 회의를 느끼게 된다. 고등학생 중심으로 쓰여진 책 같으나, 대학에 올라가면, 몇시간 끙끙거려야 한 문제를 푸는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의 집중력이 고작 20분일까? 우뇌와 좌뇌를 번갈아 가며 사용할 것을 강조했지만, 아무래도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거리감을 느꼈던 점은 우리 교육에 대한 대단한 비판과 미국 대학에 대한 절대적인 우월감. 자기 자신에 대한 자만감이었다. 우리 나라 교육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비교라면 문제가 된다. 어느 교육방법에도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가장 덜 문제가 있는 교육방법으로 지향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서울대나 명문대가 그들의 학교보다 대단히 이하의 수준이라는 표현도 역시 거부감을 갖게 된다. 물론 세계 100대 대학안에도 진입하지 못했지만, 과연 그 잣대가 그 학교 학생 수준까지 결정지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의 선배들도 저자 못지 않게 공부했다. 하루에 도시락 몇개씩 싸가면서 새벽까지 도서실에 파묻혀 살았다. 방학도 없었고, 피아노,펜싱 뭐 이런 여유도 전혀 없이 보냈다.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었던 기회와 자신의 능력을 혼돈 한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공부에는 물론 요령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겠다는 의지요 그리고 실천이다. 편해지려는 것은 결국 나태함을 말한다. 결코 공부가 지향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이 책을 읽는 수험생들이 그런 솔깃한 말들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성공은 단순하다.

단순하게 살아라
로타 J. 자이베르트 외 지음, 유혜자 옮김 / 김영사 / 2002년 9월

단순하게 살 것을 역설한 책이다. 그러나 법정 스님처럼의 무소유나 자연에 귀의한 삶을 제창한 책은 아니다. 점점 복잡해져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기만의 원칙을 정하고, 그 원칙대로 실천할 것을 강조한다. 나름대로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더욱 고맙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전 미국 영부인이었던 힐러리는 그녀의 생일에서 성공에 공통분모가 있다면 성공이 얼마나 쉽겠냐며, 그 융통성 및 대처 능력을 강조 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빠른 순발력 보다는 한발자국 여유를 가지면서 삶을 관망할 것을 강조한다. 사실 많은 내용들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단지 실천하기가 어려웠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을 준다. 또한 비교적 정교한 성격 테스트 설문지 및 결과에 따른 행동 성향을 정리 해 놓은 점은 매우 괄목할 점이다.

인생의 모순에 관한 작지만 큰 소설

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가볍게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책 안에 두 쌍둥이 자매가 있다. 둘은 얼굴뿐만 아니라, 성격 심지어는 학교 성적까지 매 한사람처럼 동일했다. 그리고 후에 그 자매는 각기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 동안 같았던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한 명은 성공한 건축가의 아내로, 또 한 명은 가난한 술주정뱅이의 아내로 말이다. 이 소설은 가난한 집에 태어난 딸의 얘기로 시작된다. 그녀는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비교하며 인생의 '모순'을 느끼며 인생에 나름에 성찰을 하게된다. 소설 중간 중간 나오는 여러가지 삶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기의 인생과 비교하게끔 한다. 또한 비교 우위로 행복하다고 믿었던 이모에 대해 결말 부의 반전은 행복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소설이지만,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묻어나는 하나의 철학서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마이너 일까? 메이저 일까?

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우연하게 학창시절에 '만수산 4인방'으로 묶인 4명의 인생을 다룬 성장 소설이다. 학교에서의 마이너리그적이었던 그들의 삶이 결국 사회로도 이어진다. 끊임없이 우울하고, 패배자의 모습을 그린다. 사회라는 무대에 당당히 서지 못하고, 계속 뒤에서 열외자의 이름으로 남는다. 그러면서 언제나 밝고, 활기찰 것만 같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생각해 본다. 그 구분이 이미 여러 면에서 운명적으로 결정되어진다는 것에 공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명쾌하게 새로움을 제시하는 책

암중모색 - 일상의 발칙한 반란
고든 매켄지 지음, 유혜경 옮김 / 한언출판사 / 2001년 11월

일단은 그 화려한 책의 편집이 눈길을 끌었다. 역시나 화려한 편집 만큼이나 그 내용도 기발함으로 가득차 있었다. 단편적으로 쓰여진 갖가지 이야기들도 유익했지만, 무엇보다 멋진 것은 헤어볼에 빗댄 그의 생각들이었다. 헤어볼이란 여러사람의 머리카락이 실타래처럼 엉킨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말해 탄탄하게 구성된 조직체를 뜻한다. 저자는 우리가 그 헤어볼을 떠나 그 헤어볼을 공전하는 위성과 같은 모습을 갖을 것을 강조한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일정한 공간을 유지함으로서 헤어볼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공간을 벌리다가는 튕겨나갈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 일상에서 그런 중용을 지키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추상적이었던 내용 전개는 다소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