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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메이 지음 / 리틀벳저(Little Badger) / 2022년 12월
평점 :

요즘 7살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너 그렇게 누워서 먹으면 소 된다?" 어릴 적 한번쯤을 들어봤을 말. 내 부모님이 나에게 말했던 말을 어느새 아이들에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살면서 누워서 밥 먹으면 소 된다는 말 안 들어본 사람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 말을 듣고 자라 그 말을 하고 있는 엄마가 되고보니 <메이>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와 닿았다.
책을 읽기 전까지 책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나이다보니, 책 제목과 표지만으로 책을 가늠하곤 한다. 그래서 <메이>도 '감자의 모험'으로 오해했다. 그림책에서 감자가 모험하는 이야기쯤은 쉽게 만나볼 수 있으니까. 이번에 만나는 감자는 어떤 모험을 할까? 기대하며 책장을 펼쳤다.
하지만, <메이>는 감자 친구의 이름이 아니다. 메이라는 한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감자의 모험도 여행기도 아닌 한 소녀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다.
메이가 쓰고 그린 <메이>.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처럼 작가 메이도 어릴 적 일화를 하나의 그림책으로 엮은게 아닐까?
무언가 무심하게 툭툭 그린 듯한 그림. 하지만 묘하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 그림이다. 디테일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나로서 서점에서 봤으면 문득 지나칠 법 한 그림체. 하지만 한번 보고, 두번 보면 계속 묘하게 빠져드는 그런 그림이다. 무심하게 그린 듯 하면서도 아닌 그런 그림. 선 하나로 무심히 쓱쓱 그린 듯 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일러스트에 자꾸만 시선을 빼앗긴다.
메이는 여느날처럼 하루를 시작한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감자만 먹으면 감자가 될 수도 있다는 엄마의 말이 다르면 달랐을 일.
그 한마디로 감자가 되어버린 메이는 하루 종일 이것으로, 저것으로 변하다 결국에는 부모님까지 변신시켜버린다. 어릴 적 한번쯤을 들어봤을 이야기 "너 그러다 소 된다?" , 이 말을 듣고 한번쯤 소가 되는 상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메이>의 특별한 하루에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는 자신을 만나게 될 거다. 엄마인 나도 이렇게 설레던 한 권의 책이었는데, 아이는 어떻겠는다. 좋아한다. 너무나도 좋아한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판타지이다보니 아이는 책을 읽고 난 이후 무언가가 되는 상상과 함께 말을 조심하게 된다. 정말로 메이의 엄마 아빠처럼 자신의 엄마 아빠도 무언가로 변화할까봐. 이왕이면 예쁘고 좋은 것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인지 말을 하다가 엄마 눈치를 살피는 것이 꽤나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