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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와 지우개의 모험
오이카와 겐지 지음, 최종호 옮김 / 진선아이 / 2023년 3월
평점 :

<비누와 지우개의 모험>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손씻기'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3~4년 동안 아이들에게 손씻기, 위생 교육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졌으니까.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르다. 그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상상력도 자극하는 이야기! 책 제목 그대로 '비누와 지우개의 모험'을 다룬 이야기다.
선명한 원색의 일러스트이지만 채도가 낮아서인지 시각적으로 눈이 피로하지는 않다. 그저 둥글둥글 편안한 그림이다.
<비누아 지우개의 모험>은 각각의 주인공인 비누와 지우개의 개인 이야기가 나오다 나중에는 두 친구가 만나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분명 새것이라 눈에 잘 띄었던 비누와 지우개가 사용시간이 지남에 따라 작고 동글동글하게 바뀌고, 그러면서 사용자의 눈 앞에서 사라진다. 어른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광경. 어릴 적 새지우개를 사고 싶어서 아무것도 없는 공책을 벅벅 지워보기도 했고, 멀리 던져보기도 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끝까지 다 써야 할 때, 필요할 때는 꼭 사라지고 없어져 찾아헤매던 묘한 일들. 그게 다 모험을 떠났었던거구나 생각하니 입가에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비누도 지우개도 사용하지 않는 7세 아이에게는 그저 재미있는 모험담일 뿐이다. 처음에는 방안에서 모험을 즐기던 두 친구가 집 밖으로 나가 진정한 모험가의 길로 들어서는 모습에서는 아이는 슬라임 같다며 자신의 지식선상에서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확실히 80년대생과 10년대생의 차이는 명확하다. 같은 그림책인데 상상하는 것이 너무나도 다른 우리. 하지만, 그들의 모험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새학기를 맞이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 아이는 '비누'와 '지우개'가 함께 만난 그 순간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 엄마는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 모험이 시작되는 그 순간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모험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무찌르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다였다고 생각하던 우리에게 조금 신선하게 다가온 따스한 이야기. 향수와 재미가 함께 있는 이야기라 온 가족이 함께 읽기에 좋은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