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4
윤흥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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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동인의 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소설 속 세계를 좌지우지 하는 건 작가이고, 작가가 만든 인형들의 세계가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현실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보다는 조작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러한 인물들이며, 그들은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의 영향으로 무참히 파괴되어 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 '권씨'역시 그러한 인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작품을 읽으면서 슬몃 슬몃 들곤 했다. 그러나 작품을 읽으면서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에서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여 전과자가 되고, 공장에 들어가 다시 한 번 변모하는 그의 모습은 이러한 나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즉, 그가 왜 그렇게 변해가는지에 대해서 작품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어설픈 강도가 되었고, 죽음 시도했으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 권씨는 원하지 않았지만, 공장에 취직도 되었다. 그러나 권씨는 변했다. 그 변화에 대해, 그의 변화된 모습 이후의 일에 대해서 작가가 다 털어놓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의 마지막 모습에 나는 희망을 걸어본다. 그가 자신의 자존심의 상징인 아홉켤레의 구두를 버리면서 다짐한 표면에 다 드러나지 않는 그의 모습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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