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모 비평가가 은희경에게, 지금까지 통속적인 작품으로 일관한 것이 아니냐, 너무 가볍게 글을 쓰는 것은 아니냐는 물음에 그녀의 대답이 너무도 당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통속적인 작품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그녀의 반문,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통속적인 작품이라니까 재미는 있겠지라는 기대를 가지고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맞는 말이지만, 경험한 만큼 재미도 느낀다는 말을 실감한 작품이다. 나의 학창시절과는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남자들의 삶. 남의 삶을 엿보는 재미와 더불어 여성이기에 도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남자들의 삶을 엿보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단지 웃음을 자아낸 작품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편으로 작품 이면에 흐르는 우울한 회색빛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정확히 그것이 무엇으로 인해 빚어진 것인지는 끝까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