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로 바닥의 흰 뼈를 들여다보면서
나는 알았다.
인간은 보편적 죽음 속에서,
그 보편성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이
혼자 죽는 것이다.
모든 죽음은 끝끝내 개별적이다.
다들 죽지만 다들 혼자서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은 언어화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는다.
모든 인간의 병을 범주화하고 일반화해서,
동일한 징후에는
동일한 처방을 내린다는 방식으로는
이 개별적 징후들과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병과 징후들을 일반화했을 때
의학은 보편성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 자부심은
앓고 있는 고통의 개별성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슬픔도 시간 속에서 풍화되는 것이어서,
3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 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 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우리 남매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 세월에도,
새로 들어온 무덤에서는 사람들이 울었다.
이제는 울지 않는 자들과
새로 울기 시작한 자들 사이에서
봄마다 풀들은 푸르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