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팔레스타인 1 -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 1
원혜진 지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감수 / 여우고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군가산점제도에 대한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항상 주고받는 뻔한 내용들이 있다. 한쪽에서는 왜 군대를 갔다 온 남자들에게만 가산점을 주느냐, 여자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지 않느냐, 등의 주장을 펼치고, 다른 쪽에서는 몇 년을 희생하는데 그 정도의 보상도 못 받느냐, 그렇다면 가산점을 줄 테니 여자들도 군대를 가라, 라는 식의 끝없는 이야기들이 뒤엉킨다. 그러면서 여자들도 군대를 가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들이미는 사례 중 하나가 이스라엘에 관한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의무병 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그들은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여성들도 그 의무를 함께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가지는 특수한 상황-항상 전쟁에 노출되어있다는…-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던 난 그저 이렇게 이해했다. 아, 그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녀 구분이 없구나, 훌륭한 민족이고 훌륭한 나라이겠구나, 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그들의 나라를 사랑하는 것은 확실한 듯하지만, 그들의 나라 사랑이라는 것을 다른 민족이나 다른 나라를 -스스럼없이, 그리고 잔인하게!- 죽이는 의미로도 해석 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제2차 세계 대전에 관한 영화는 많다. 그중에서도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를 다루는 영화 또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피아니스트》,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등의 영화를 보며 나치들이 행한 잔인한 폭력과 그것을 뛰어넘는 광기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전해지는 인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유대인에 대한 한없는 동정심이 생기기도 했다. 아, 불쌍한 유대인들이여, 그대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모진 일을 당해야 했나! 뭐,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유대인 희생자가 줄어들면 홀로코스트로 인한 전 세계의 유대인 동정여론이 감소할까봐, 유대인 희생자들의 구조를 반대한 것이 또 유대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또한 나치가 학살한 것은 유대인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숫자로만 본다면 유대인보다 더 많은 집시들이 나치에게 학살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정 여론은 모조리 유대인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뭔가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보다 더 위험할 때가 있다. 수많은 사례로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이스라엘과 그들과 항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사실은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 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팔레스타인에 관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많은 이들이 무신경하게 TV를 통해서나 보는, 그래서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테러, 보복 테러, 그리고 폭격, 전쟁 등등의 이야기들…. 누가 잘하는 것인지, 누가 잘못한 것인지는 전혀 알려고 하지도 않지만, 영화에서 봤듯이 그저 유대인은 불쌍한 민족이었다는 느낌들…. 알지만 또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위험하다. 그러니까 알아야 한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를…. 그렇게 나는 만화로 보는 팔레스타인 역사, 『아! 팔레스타인』을 만났다. 몰랐기에, 아니 극히 단편적인 것들만 알았기에 궁금했던 팔레스타인을 언젠가는 한번쯤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더군다나 만화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부담감 없이 다가설 수 있었다. (물론, 그 마지막은 또 다른 생각들로 복잡해졌지만….)

 

 『아! 팔레스타인』은 지은이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2000년 9월 30일 열두 살 소년 라미 자말 알두라는 아버지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다녀오다가 시위대를 진압하던 이스라엘군과 맞닥뜨리게 되고, 맨몸인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 이스라엘군에 의해서 살해 된다. ‘세상에서 인간이 목격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장면’ 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그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은 지은이는 팔레스타인을 직접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후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다시 팔레스타인을 찾은 그녀는 그곳에서 팔레스타인의 역사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성서에 나오는 팔레스타인 이야기를 시작으로,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는 팔레스타인의 이야기, 그들의 민족주의와 독립에 대한 열망, 영국의 위임 통치 아래에서의 이야기, 그 속에서 시작되는 시오니즘,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 이야기, 그리고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이스라엘 건국과정의 수많은 폭력들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박노자가 추천사에서 그랬듯이, 이 책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본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할까?! 물론, 이 책을 읽고 난다면 결론적으로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책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뜬금없이 팔레스타인이냐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왜 굳이 그 먼 나라의 이야기로 머리 아프게 하냐고! 이 책 속에서 중간 중간에 지은이가 팔레스타인과 우리의 모습을 함께 떠올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식민 지배를 받고, 유엔의 관리를 받고, 강대국에 의해서 분단되었다는 사실과 그들이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의 반이스라엘 저항운동)가 시작된 그 해 우리도 6월 항쟁이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의 모습을 처음 접할 때 받았던 충격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았을 때 받았던 그것과 비슷하다는 것과 같은 느낌까지…. (나 역시도 그랬다….) 그렇다면 다시…. 왜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알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들을 통해서 다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있기 때문에, 라는 대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팔레스타인이 되었든, 이스라엘이 되었든, 분명 우리가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할 것들이 많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배울 것은 분명 배우고, 반대로 버릴 것은 확실하게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런 선택을 위해서 우선 알아야 할 것이 그들의 이야기인 것 또한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사회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향해야 할 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되고, 많은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게 되어서인지,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는데 정리가 되지 않고 그저 두서없이 끼적인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팔레스타인의 근대사까지 들려준 1권에 이어서,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2권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오늘날 그들의 모습을 보고나면 좀 더 정리가 된 나를 만날 수도 있을까?! 벌써부터 2권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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