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충고 - 세상에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마디 그로시 지음, 문수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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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유난히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만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냐 만은, 문제는 그런 기운이 나를 포함한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퍼진다는 사실이다. 말할 것도 없이, 당연히 좋지 않은 방향으로… 요즘과 같은 세상에, 서로 좋은 기운으로 ‘으쌰으쌰’ 해도 부족할 판에 힘이 쭉쭉 빠지는 순간을 안겨주는 사람과 그의 그런 행동을 누가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저 ‘부정’이라는 의미가 깃든 것은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스럽게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독한 충고』를 보면서 가졌던 첫 느낌이 ‘부정’의 그것이었다. ‘세상에는 해야 할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더 많다.’ 라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지만, 긍정보다는 부정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 사실이다. ‘절대 ~ 하지 마라’ 라는 식의 충고는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더더욱 말이다. 긍정보다도 부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절대’라는 말로 시작되는 충고들이 담긴 책.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하지만 때로는 꼭 모든 것이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절대’라는 말을 싫어하면서도 나는 ‘절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 라는 말보다는 절대 끝까지 포기하지 마, 라는 말이 좀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네버리즘(Neverisms)’ 이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접하게 될 것이다. ‘절대(Never)’가 이 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알고 있다면 무슨 뜻인지 대충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면 이 단어를 알고싶어도 사전에서는 결코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가 만들어낸 신조어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만일’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명언 모음집을 쓰면서 ‘이퍼리즘(if+erism)’이라는 말을 만든 적이 있다는 설명을 곁들인다면 ‘네버리즘(Neverisms)’의 뜻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될까?!

 

 저자는 수십 년 전부터 명언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그중에서도 ‘절대’로 시작하는 명언을 모은 파일은 20여 년이 넘도록 꾸준히 업데이트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렇게 ‘네버리즘(Neverisms)’으로 정리해서 한 권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마디 그로시 박사가 전하는 2,000개의 Neverisms’ 이라고 이 책을 소개하듯이, 『독한 충고』는 ‘절대’가 들어가는 수많은 격언들을 담아놓았다. 각 장에 ‘절대’로 시작되는 제목들이 있고, 그 속에 더 많은 ‘절대’ 들을 담아내고 있다. 단순히 격언들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중간 중간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므로 인해서 보통의 격언 모음집이 가질 수 있는 딱딱함을 벗어나게 해준다.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해서 각 장의 핵심이 되는 주제들과 관련되는 격언들을 마구 풀어놓는 것이다. 밑줄 쫙~ 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글을 발견하게 되면서 뭔지 모를 뿌듯함도 느끼고, 때로는 그저 웃음만 나는 글들로 인해 즐거워지기도 한다. 가끔씩은 이해하기 힘든, 그래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붙여줘도 좋을 듯 한 글들도 있지만, 많은 양의 또 다른 격언들이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다양한 감정들 속에서 인생의 독한 충고는 한 걸음씩 의미 있게 다가온다.

 

 좋은 말이 많이 담겨있어서 좋은 책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것만 한없이 나열되어있으면 그 진가를 잃게 되는 법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너무 많은 격언들이 그로인해 빛을 잃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금의 나에게만 해당되는, 그래서 나의 가슴에 팍팍 박히는 격언들은 분명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한 번만 읽고 던져놓을 책은 아닌 것이 분명할 것이다. 변해가는 나의 모습과 나의 상황에 따라 볼 때마다 나에게 다가오는 말들이 달라지는 그런 변화무쌍한 책이 바로 이 책, 『독한 충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입맛대로 골라 읽을 수 있고, 때로는 아무 페이지나 손에 닿는 대로 읽어나가도 상관없을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이 책을 읽어나가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읽다보니 ‘네버리즘’이라는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뭔가 내 가슴을 후벼 파는 충고를 발견하고 말 것이라는 강한 소망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보다는, 좀 가볍게 다가서서 읽어도 충분히 괜찮을 듯하다. 진짜 충고라면, 그런 가벼움 속에서도 언제든지 나에게 다가올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절대 여러분 삶에 대한 그 누구의 정의도 받아들이지 마라.

자기 삶은 자기 스스로 정의하라. -P51

 

 아무리 누군가가 좋은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그 결과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현재의 자신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 또 앞으로 바꿔나갈 의지가 얼마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길 위를 그대로 따라가면 그보다 쉬운 일이 없겠지만, 그런 길 조차도 내가 가는 상황에 따라서는 전혀 다른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조언이 어느 정도의 힘은 되어주겠지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길은 나 자신만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이가 걸었던 길을 그들만의 정의로 걸어 나갔다면, 결국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나만의 정의가 통할뿐이니까. 수많은 충고 속에 빠져있더라도 이 하나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충고가 아닐까 생각된다. 내 삶은 나 스스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 수많은 정의를 담은 수많은 충고만을 따라가는 삶이 아니라, 그 충고를 통해서 그 이상의 지혜로 채워진 나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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