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상대방에게 당신을 속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려주고서도 그 상대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자 상당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반대로 상대가 나를 속일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결국 속고야마는 것은 상당히 황당하면서도, 놀랍고, 그 속에서 나름의 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가 문제를 내면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 말 것이라는 다짐을 하며 덤벼든다. 하지만 풀지 못한다… 풀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조금 전에 했다. 흠… 당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려나?! 암튼, 황당하면서도 놀랍고 그 속에서 나름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제목하야, 『로트레크 저택 살인사건』!! 제목부터 뭔가 냄새가 나지 않는가?! 당신을 속이고 말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긴…

 

 저택이 나오고 살인사건이 나온다면?! 그렇다, 밀실 살인 사건이다. ‘로트레크 저택’이라고 불리는 한정된 장소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 더군다나 첫 번째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살인 사건의 수사를 위해 경찰이 있는 동안에도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이 일어난다. 여기까지라면 다른 작품들에서도 만났던 이야기들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겠지만, 또 다른 트릭까지 더해져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이 이야기의 줄거리를 술~술~ 풀어내지 못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쉬우니까, 대충 설명하자면 이렇다. ‘로트레크 저택’에서 청년들과 미모의 아가씨들, 그리고 몇몇 아가씨의 부모가 함께 하게 된다. 그런데 아가씨들이 하나씩 죽어나간다. 첫 번째 사건은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사건부터는 -앞서 말했다시피- 경찰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데 말이다. 뭔지 모를 비밀이 가득한 저택이기는 하지만 그 비밀마저도 시작부분에 친절하게 설명해주다보니 독자들은 더 미치게 된다. 분명 뭔가를 알 것 같은데 쉽게 잡히지 않으니 말이다. 자, 당신은 어떨까?! 178의 아이큐라는 작가, ‘쓰쓰이 야스타카’와의 두뇌 싸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앞서 이 책을 ‘당신을 속이고 말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말을 했었는데, 그 메시지를 보다 강력하게 만들어 도전 의식을 불태운 것이 있었으니 첫 번째는 “반드시, 그 누구라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라는 도발적인 문구가 그것이고, 두 번째는 이 책에 봉인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봉인을 푸는 순간 처음부터 다시 읽을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설마 이렇게 정신 차리고 보는데 당할까 싶었다. 하지만, 두 눈 멀쩡히 뜨고 그냥 당해버렸다.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나 당했다. 봉인 속에는 우리를 그토록 미치게 만들었던 답답함을 말끔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어느 페이지 몇 번째 줄에 그 내용이 있다는 말을 덧붙여가며 설명을 해준다. 당했다는 생각에 그런 친절함이 얼마나 얄밉고 짜증나게 느껴지던지…

 

 도대체 ‘쓰쓰이 야스타카’라는 이 작가는 누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큐 178이라는 사실에만 주목했었는데 알고 보니 많이 알려진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의 작가이다. 내가 알고 있던 이 작품들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같은 작가라고는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였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작품 그 자체로 한 번 놀라고, 작가 때문에 또 한 번 놀라고… 이런 놀라움을 직접 한 번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놀라운 경험보다는,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 대한 도전을 먼저 생각하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아무튼, 조심해라! 당하지 않도록… 아니면 나처럼 그가 불러주는 페이지를 찾아 오락가락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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