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콜드게임』
‘… 해가 지거나 폭우, 또는 분쟁 등의 이유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게 된 때,
또는 양 팀 간의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 더 이상 경기를 계속할 필요가 없을 때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경우에 쓰인다…’

 


  

 콜드게임은 주로 야구 경기에서 많은 점수 차이로 더 이상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에 적용된다. 흔히 야구를 인생과 비교해서 많이 이야기들 하고는 하는데, 콜드게임을 인생에 적용시켜본다면 제대로 뭔가를 하기도 전에 무기력하게 삶이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삶의 또 다른 역전의 기회라는 연장은커녕- 누구에게나 주어진 삶의 끝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고, 결국에는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주어진 삶이 거기까지가 아니겠는가, 라고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적어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다면 그것 또한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 소설 『콜드게임』은 제목그대로, 이와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콜드게임』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당하는 이에게는 한없이 잔인하기만한…- 사이에 누군가를 “콜드 게임” 상황으로 밀어붙이고,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그런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 사람들-보다 정확히 말해서,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이들-의 이야기이다. 주위 친구들 한명씩 각기 다른 방식으로 뭔가에 피해를 입는다. 심지어 누군가는 죽기까지 한다.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보니 그 친구들은 중학교 2학년 때 3반 아이들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결국 그런 짓(?!)을 한 가해자는 ‘토로요시’로 결론 내려지게 된다. 그는 중학교 때 모든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소년이다. 그가 돌아온 것이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미츠야’를 비롯한 몇몇은 ‘기타중학 방위대’라는 이름으로 그의 복수를 막기 위해 토로요시를 찾아 나서게 된다.   

 

  만일 당신의 경우라면 어떻겠는가…?! 기타중학 2학년 3반 출신이라면…?! 혹시, 나는 누구를 괴롭히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당하는 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난 절대 누군가를 괴롭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을꺼라고 말이다. 설사 앞장서서 누군가를 괴롭히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 그저 가만히 그런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방관자의 입장에서 가만히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려본다면!? 그래도 난 괜찮다고 생각하는가!? 뭐, 실제 그런 일이 있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너희들에겐 아무려나 좋은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르는 거다.
그건 몰랐습니다, 로는 끝나지 않는 일도 있어. 그건 기억해둬라.” -P370

 

 기타중학 2학년 3반 출신이라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와 비슷한 경험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내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행동하나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는… 나로서는 전혀 알지도, 상상도 못했던 결과는 낳는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혹은 당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반대로 자신이 직접 당하게 되면 난리가 나면서 말이다.

 

우리 친척 아줌마는 왕따 대책 학부모 모임이라는 곳에 들어 있었는데,
왕따 당하는 애한테도 문제가 있다고 한마디 했더니,
그 왕따 대책 모임의 학부모들이 왕따를 시켰다잖아. -P264

 

 그리고 때로는 위와 같이, 잘못을 알면서도 보통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요즘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많이 드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난 얼마나 타인에게 무관심하게 나만의 생각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의 상대가 내가 된다면 어떨까,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 모두가 한번쯤이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이 세상은 적어도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닐 텐데, 따위의 생각 말이다. 적어도 왕따 문제의 대책을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왕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상상도 못할 그런 세상 말이다.   

 

  복수를 하기위해 찾아온 옛 친구(?!)를 막기 위해 찾아나서는 아이들. 보통은 사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그들을 응원하기 마련인데, 이 상황에서는 마냥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도대체 누가 올바른 것이고 누가 잘못된 것인가?! 도대체 왜 이런 불편함을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결국 우린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먼저 실감하게 된다. 미처 생각할 기회가 없었던 그런 것들을 『콜드게임』을 통해서 더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콜드게임』은 불편하지만, 한번쯤-어쩌면 삶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은 꼭 생각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서, 지난 날-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했을지도 모르는 행동들에 스스로 놀라고 부끄러워하고, 반성하게 된다. 나는 지금쯤 삶이라는 게임에서 몇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것인지, 내 주위 사람들은 지금쯤 몇 이닝을 소화하고 있는 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는 콜드게임으로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 지, 나와 그리고 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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