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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김. 제. 동. 대구의 어느 놀이공원에서 모든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을 무대장악 능력으로 이벤트의 사회를 보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대구의 야구장에서 장내 아나운서로, 반응이 별로라고 생각되면 선글라스를 벗는 묘기(?!)로 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던 그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가 대구 출신이다 보니, TV를 통해서 만나기전부터 여기저기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그때는 그냥 단순히, 말 잘하고 조금 재미있는 이벤트 진행자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랬던 그가 언젠가부터 방송에 조금씩 출연하게 되고, 그때까지 보아오던 그의 모습이 겉으로 그렇게 쉽게 판단할 정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만큼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명확한 어떤 것이 아닌, 어렴풋한 느낌이었다. 방송을 통해서 그를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가, 이제는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그에 대해서 그동안 느꼈던 것들이 보다 명확해졌다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단순히 그가 남들보다 뭔가가 뛰어나서 그렇게 느껴졌던 것이 아니라, 그가 이토록 많은 생각들을 하고 있으며, 그 이상으로 다른 이들의 생각을 담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었으며, 그것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그렇게 만들고 느끼게 만든다는 것을…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는 2010년 2월에서 2011년 3월까지 경향신문에 연재된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김제동이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에, 그것도 25명이나 되는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사실이 조금은 무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저 겉만 핥는 것 같은 느낌은 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반면에 한 권의 책으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감 또한 없지 않았다. 물론 정말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솔직히 그가 25명 중에 들어있다는 사실에 이 책을 보지 않을 생각도 했었으니…-도 들어있었고, 실제 그가 들어있을 필요도 없었겠다 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암튼! 내가 책을 읽기 전 어떤 생각을 했던지 상관없이 김제동, 그는 이 이야기들을 혼자 듣기 아까운 이야기들이었다고, 소문 좀 내면서 함께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고 말한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 역시 동감한다. 정말 혼자 듣기 아까운, 소문 좀 내면서 함께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맞다고 말이다.
아까운 이야기, 함께 듣고 싶은 이야기들 중에서, 지금 여기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사람은 모두 다르기 마련이지만 또 같기도 하다, 라는 말로 애매한 말로 시작한다면 괜찮을까?! 사람은 다르기 마련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그리고 그들이 받아들이는 세상도 다르고, 그 세상에 속한 많은 것들 중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다르다. 누군가는 작가로, 누군가는 과학자로, 또 다른 누군가는 배우로, 정치인으로, 경영인으로… 그들만의 세상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또 사람은 같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걸어가지만 결국에는 궁극적인 하나의 뭔가를 찾아가는 것이기에 말이다. 길은 다르지만 그 목적지는 결국 하나로 모아진다, 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것일까. 비록 그 ‘하나’라는 것도 저마다의 정의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하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분야에서 최고-정확한 표현이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하는 말이기에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말들을 할 수 있기에 지금의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위치-라고 표현되는…-따위가 결코 중요한 것이 될 수 없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의 모습들은 결코 어떤 지위나 권력으로도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말이다. 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는 탓인지, 쉽사리 뭔가가 정리 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김제동만의 편안하면서도 핵심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듣고 있으니, 그가 만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존경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든다. 짧게 정리해서 누군가의 이야기,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당연히 좋은 이야기들-존경심이 불끈불끈 솟아날 정도로…-만이 담겨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모두도 그 이야기만큼 존경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쓸데없이 조금 혼란스럽게도 느껴지지만, “나도 내가 이야기하는 만큼 살지 못한다는 반성이 있어요.”라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은 그런 혼란을 한 번에 해결하면서, 또한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강하게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생각, 그리고 그 이상의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 좋은 이야기들만큼 살 수 있는 삶.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