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늪에서 허우적거리다 ㅡ.

 가끔씩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라는 쉽사리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까지 쏟아내면서… 내 삶의 방향을 잃었다는 느낌에 삶의 배고픔까지 더해진다. 그러면서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로 가득한, 괴로움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언젠가의 선택은 이랬어야 하는데, 그때는 또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등등의 후회와 다시 그 시간 속으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들로 또 다시 후회할 시간들을 보낸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들어 허우적거리기만 한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고 해야 하나. 뭔가에 한 방 맞은 듯 한 느낌이다. 전혀 모르던 것들을 새롭게 알았기에 느끼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깨닫게 되었을 때의 그 느낌말이다. 『그건, 사랑이었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었다. 글의 내용에 따라 큭큭 웃기도 하고, 끔찍함에 가슴아파하기도 하고, 많은 이들의 따뜻함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지만, 순간 느꼈던 그 느낌은 오래도록 계속 되었다. 

 

 깊은 늪에 빠져 그저 허우적거릴 때는 대답하기 힘들었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쉽게 떠올랐다. 내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뭘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마다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던 단어는 “행복”이었다. 단지, 스스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며 바쁘게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면서 그 단어를 잊고 살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그 답을 떠올린 것이다. 한비야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귓가에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로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내 귀에서 내 머리로 그리고 내 가슴으로 조금씩 파고들었다. 그런 다양한 감각으로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하며, 앞으로의 나를 새롭게 새겨 넣도록 한다.

 

인간 한비야를 만나다 ㅡ. 

 한비야의 글을 읽고 있으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를 뛰어난 감각으로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도 아닌데 그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진다. 내용이 눈에 쏙쏙 들어오면서 마음까지도 참 편안해 진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 한비야를 만날 수 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말릴 수 없는 무한한 긍정과 웃음, 그리고 아침 밥 꼭 챙겨먹고 하루에 한 번은 자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조금은 독특한 모습의 인간이지만, 진짜 뜨거운 피와 심장을 가진 인간적인 모습이기에 편안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건, 사랑이었네』, 이 책의 내용이 그런 것이다. 오지 여행가 한비야보다, 구호 팀장 한비야보다도 인간 한비야에 한층 더 가까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 물론 여행이나 구호 현장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지만 그것들 또한 인간 한비야의 모습을 보다 부각시킨다. 산이 좋아 무수한 선 자리도 마다하고 산에 가는 그녀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쓸데없는 걱정일랑 말고 지금을 재미있게 살자는 이야기, 그녀의 종교인 천주교만의 이야기가 아닌 개신교, 불교, 이슬람 등의 모든 종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이야기, 돈을 바라보는 시점의 변화를 말하며 단순함의 미덕을 강조하는 이야기 등등의 많은 것들이 그녀의 긍정이라는 큰 에너지와 결합되어, 그 어느 책에서 ‘~해라’식으로 강하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더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을 통해서 인간 한비야를 만나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인간 한비야를 만나게 됨으로써 내가 느끼는 좌절감도 만만치 않다. 그 동안 내가 해왔던 온갖 행동들이 잠시 편하기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한없이 부끄러워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같은 인간인데 나는 왜, 라는… 뭐, 결국에는 그것마저도 장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그녀도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다. 지금은 다르지만 같아질 수도 있다. 고로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말이다. 

 

 나에게 남겨지는 숙제들 ㅡ. 

 이 책을 만나고, 아직도 앞으로의 계획을 계속해서 세우고 행동하는 한비야를 만나면서, 나 역시도 그녀처럼 내 삶을 단계적으로 밟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지금 내가 안고 있는 고민들부터 시작해서 나뿐만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과 고민들을 하나씩 풀어가고,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나아가야할 앞으로의 세상까지 나가는 것 말이다. 말은 거창하지만 당장은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에는 이 책을 읽고 내 삶의 숙제가 너무 많아졌다. 아니, 많아진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숙제들을 한 방에 정리한 듯 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원래 숙제라고 하면 답답한 가슴이 먼저 떠오르는데 신기하게도 여기에서 떠오르는 숙제들은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한다!! 이것이 한비야의 힘인가?! 

 

 이런 책은 참 괜찮다 싶다. 누가 이처럼 수다스럽지만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줄 수 있을까?! 지금 바로 내 곁에서 나만을 위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때로는 손까지 따뜻하게 잡아주는 그런 사람, 그런 책. 단 한 권의 책으로 온기가 느껴진다고 해도 절대 과장이 아닌 책.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상당한 하이 톤의 가볍고 수다스러운 느낌에서 섞여 나오는 웃음소리이지만, 그 웃음이 전해주는 온기는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려는 듯하다. 그곳이 어디인지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아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느낌만은 또렷하게 전해진다. 내가 가야하고, 우리가 가야만 하는 곳. 성공이라면 성공일수도 있고, 행복이라면 행복일수도 있는 그곳. 그 곳으로 천천히, 하지만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겨본다. 웃음소리 하나로 내가 달라지고, 우리가 달라진다. 나와 세상을 움직이는 것. 그건, 역시 누군가에게서 전해져오는 또는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었다.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그 웃음소리에 담긴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 『그건, 사랑이었네』이다 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