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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지대
쑤퉁 지음, 송하진 옮김 / 비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가만히 표지를 한 번 들여다본다. 성북지대, 쑤퉁 장편소설, ‘기이한 상상으로 가득한 자유로는 나그네’쑤퉁, 그가 최초로 털어놓는 자전적 성장소설! 이라는 글귀들과, 허름한 모습의 집들, 우스꽝스럽게만 보이는 사람들의 그림, 그리고 연둣빛깔이 눈에 띈다. ‘누가 더 뛰어나다고 할 것도 없는 좌충우돌 천방지축의 청춘들의 이야기이지만, 결국에는 그 청춘이란 것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다.’라는 식의 뻔 하다면 뻔 하다고 할 수도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즐겁고, 신나게 펼쳐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표지로 추론해본 대충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웬걸! 시작부터 한 사람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각종 사건과 그들의 고난, 그리고 죽음들이 이어진다.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표지의 연둣빛은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성북지대』는 성북지대의 변두리 ‘참죽나무길’에서 살아가는 소년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년들이 그 이름에 걸맞게 참 소년스러웠다면 좋았으련만, 그 반대의 아주 거침없는 청춘들이다. 이 청춘들 앞에는 짐작과는 항상 다른 일들, 아니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이 펼쳐진다. 이 이야기들이 이렇게 암울하게 느껴질지는 차마 몰랐기에 그들의 삶을 하나씩 하나씩 마주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했다. 그리고 힘겹게 그들의 삶을 하나하나 만난 후에는, 어떻게 이 어둠을 받아들여야 할까, 혹은 어떻게 이 어둠을 걷어낼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을 생각했다. 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니 쉽게 나올 수가 없었다. 실제로 내가 받아들인 어둠이란 느낌이 생각보다는 옅게 다가왔기 때문에 말이다. 이거 정말 어이없다, 는 말이 먼저 나오는 상황들이 대부분이기에, 그래서 더 어둡게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한없이 어둠으로 떨어질 만큼의 참담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왜일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청춘이기에…?! 아니면, 청춘임에도 그 꽃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서기 때문에…?! 혹은 이것저것 다 제쳐놓고, 적어도 한 번쯤은 그 시절에 상상으로만 했던 일들을, 이야기 속 그들이 실제로 옮기는 거침없는 행동들을보며 시원함을 느끼고 있었던 탓인지도…. 어쩌면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저 우리는 이런 삶에서 느껴지는 막막함과 그에 더해지는 애틋함을 있는 그대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아니, 동지에 눈이 오지 않았냐고?
근데 어떻게 또 설에는 비가 내릴 수가 있어?
하늘이 미친 거 아냐, 제길!” -P220
어긋남이 거의 없었던 날씨 예측이 어긋나 버리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진짜 하늘이 미쳐서 참죽나무가 하나도 없는 참죽나무길을 그렇게 쓰레기 같은 동네로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괜히 던져본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이 작품에는 쑤퉁의 세상을 향한 비웃음이 듬뿍 담겨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세상의 참담함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그를 통해서 단순히 참담함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또한, 그 속에서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성장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성장을 원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성장인지 모르겠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은근히 누군가를 비웃으면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삶을 찾으려야 절대 찾을 수 없는 모습의 삶,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정상’에 가까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성북지대』에 담긴 삶을 통해서, 시커먼 하늘 아래에서, 탁한 물가에서, 쓰레기들이 판을 치는 땅위에서, 우리가 이루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