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의 미궁호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6
야자키 아리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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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책과의 만남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인해 만날 수도 있고, 누군가의 선물로 인해 만날 수도 있다. 혹은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많은 이들에게 팔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때로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가지기도 한다. 심어지 때로는 출판사의 이름만으로도 새로운 책과의 만남이 이어지기도 한다. 나의 이번 경우, 『앨리스의 미궁호텔』과의 만남이 그 ‘심지어’에 해당한다. 

 

 비채의 「Black & White」시리즈로 나왔다는 신간을, 단지 그 시리즈라는 사실만으로 큰 고민 없이 구입했다. 아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살펴보지 않았더라도 제목정도는 확인했다. 누군가는, 책의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믿을만한 시리즈라면-적어도 나에게 「Black & White」시리즈는 그렇다- 그 구체적인 내용 정도는 살펴보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기 전까지의 시간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면 그것은 오히려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 책, 『앨리스의 미궁호텔』이 그러했으니까 말이다. 물론, 나의 상상과 그 내용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훗!

 

 노란색의 표지와는 상관없이 『앨리스의 미궁호텔』이라는 제목만으로-미궁이라잖아!!- 으스스한 뭔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음… 하지만 그 내용은?! 그렇다! 제목보다는 뭔가 따뜻하고 귀여운 느낌이 솟아나는 노란색에 더 큰 비중을 두었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내가 생각했던 으스스한 뭔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단지 누가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차이에 있겠지만 말이다. 따뜻하지만 마냥 그렇지도 않은 어떤 느낌까지 살짝 담겨있는 『앨리스의 미궁호텔』… 미궁은 미궁이다. 

 

 『앨리스의 미궁호텔』의 주인공인 ‘야마자키 돼지돼지’씨는 분홍색 돼지 봉제인형-응?! 놀랍지만 사실이다!!-이다. 배구공만한 크기에, 한쪽 귀는 뒤로 젖혀있고, 검은 구슬을 꿰매 붙인 것 같은 눈과 쀼죽 튀어나온 코가 특징적인, 돼지 인형이다. 그런데 호텔 버틀러로써 다른 직원들을 교육시키기까지 하는 돼지 인형이자 중저음의 보이스로 이야기하는, 그것도 무려 40대의 남자이다. 신기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그런 그와의 만남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나뿐만이 아니라, 이 책속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도 -물론 예외도 있지만…-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돼지돼지 씨가 아무에게나 막 드러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선택된 사람 앞에만 나타난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하지만, 선택된 사람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그게 그건가?!;;- 앞에만 나타난다. 특히 어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온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위로와 따뜻함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그리고 나에게도 돼지돼지 씨 같은 멋진 행운이 주어지길, 아니 꼭 그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그렇게 『앨리스의 미궁호텔』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만난 것만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돼지돼지 씨를 만났지만, 그래서 따뜻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정작 돼지돼지 씨, 그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제대로 들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봉제인형이 말을 하고, 움직이는지, 어떻게 중저음 보이스를 가진 40대의 남자가 되었는지, 또 어떻게 그랜드 호텔의 버틀러가 되었는지 등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으며, 그보다 더 궁금한 -돼지돼지 씨의 프로필에 나와 있는 가족- 그의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의 그림자조차 만나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돼지돼지 시리즈」는 10년 이상 이어져 온 장수 시리즈이며, 일본 현지에서 열두 권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아직은 그를 만날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는 말이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돼지돼지’씨를 만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자, 이제 당신 차례다. 돼지돼지 씨가 이야기한다. “귀여운 버틀러 돼지돼지 씨의 호텔로 어서 오세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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