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누군가 나에게 안부를 물어오면, 나의 대답은 “뭐, 그냥 그렇죠.”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겉으로는 웃으며 대답하지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더 이상의 변화 없이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는 나의 삶을 다시 한 번 확인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속으로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짜증만 낸다. 그러면서 또 다른 누군가가 똑같이 물어 올 때마다 똑같은 대답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무의미한 반복만 계속하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짜증만 내고 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미 답은 나와 있는데, 나의 게으름이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남자의 자격 - 하모니 편」을 보면서 즐거움과 감동을 함께 느꼈지만, 그에 못지않게 반가운 만남이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과의 만남이 그것이었다. 평소 이상적인 리더십을 생각하면서 부드러움과 강한 카리스마의 공존을 생각했지만, 현실에서 찾기란 쉽지 않았고, 혹은 현실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직접 이렇게 마주할 수 있게 되니 반가우면서도 얼마나 낯설게만 느껴지던지… 비록 TV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박칼린’이라는 인물과의 만남은 나에게 있어서 아주 반가우면서도 낯선 경험이었다. 눈빛만으로도 누군가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사랑합니다!’라는 말과도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런 모습이 사실은 오랜 시간 동안의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하고, 그 오랜 열정과 노력이 오늘날 많은 이들이 ‘워너비’라 칭하는 그녀를 만든 것이라 생각하지만, TV를 통한 짧은 만남이라 그런지 구체적으로 그 열정과 노력들이 만져지지는 않았다. 그랬기에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지고, 계속해서 어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만져지지 않던 그 모습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박칼린, 그녀가 많은 이들 앞에 내놓은 『그냥』이라는 책을 통해서 말이다. 

 박칼린이 쓴 책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웠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남자의 자격」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만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하던-적어도 나는 그랬다- 인물이 이제 좀 인기를 얻고 나니, 각종 프로와 CF에도 출연하고 결국에는 책까지 출판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뭔가로 인해서 한 번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뽕을 뽑는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처음에는 관심 있게 바라보던 이 책, 『그냥』도 차츰 시큰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의 삐뚤어진 시선에 사로잡힌 오해였을 뿐이었다. 『그냥』은, 최근에 얻게 된 그녀의 인기와는 상관없이, 그녀가 그동안 준비해온 그녀만의 이야기,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남자의 자격」과 관련된 이야기는 책의 제일 마지막부분에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이었다. 만약 그녀가 TV를 통해서 얻은 최근의 인기를 그대로 몰고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남자의 자격」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의 인생에서 TV가 끼친 영향은 지금까지 그녀가 살아온 삶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만큼 그녀의 이야기는 인기와는 상관없는 인간 박칼린의 깊은 향기를 담고 있었다

 『그냥』은 그녀의 어릴 적 기억과 추억을 시작으로 지금의 그녀가 있기까지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담아놓은 책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과 세상을 이야기하고, 삶의 활력소가 되는 여행을 이야기한다. 그녀 삶의 소소한 것들에서 얻는 즐거움들을 이야기하고,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나는 서서히 그녀의 삶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누군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부러움을 느끼다가, 그 부러움이 감탄으로 바뀌고, 때로는 그것이 질투로 바뀌어 나타나기도 한다. 그 사람이 겪었던 수많은 고통과 노력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당연히 그런 상황에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을 것이고, 내가 그런 상황이었더라도 그러고 말았을 거라는 오만으로 사로잡힌 생각을 하게 된다. 단지 그 사람은 ‘운 좋게’도 그런 상황이 닥쳤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어이없는 생각으로 말이다. 말도 되지 않는 질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생각-혹은 질투-은 『그냥』을 통해 박칼린이 이야기하는 ‘3일 또는 100번’이라는 개념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쉽사리 깨지게 된다. 그녀는 평탄하지만은 않은 그녀만의 환경 속에서 ‘3일 또는 100번’을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았으니까 지금의 이런 멋진 삶이 있는 것이고, 반면에 나는, 견디기 힘들었던 많은는 상황이나 환경 속에서 ‘3일 또는 100번’이라는 개념은커녕 이런저런 핑계만을 가져다 붙이고 있었기에 지금의 ‘그냥’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는 완벽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후회 없는 노력, ‘3일 또는 100번’을 다짐한다. 그녀가 그랬듯이…

세상에…… 운명에게 그냥이란 없다. 

곧 죽는다 하여도 그냥으로는 살지 말지어다. - P83

나는, 내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를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그들을 통해서 에너지를 얻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항상 최고이기만을 바라면서도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 한 적이 있었던가, 를 떠올려본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내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이다. 물론, ‘그냥’ 그런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 한두 가지가 아닌 필요한 것을 찾기에 앞서서 적어도 ‘그냥’ 그런 삶은 살지 말아야겠다는,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았던 다짐을 해본다. 그래, 운명에게 ‘그냥’ 이란 없는 것이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에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그 세포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되기를 바란다. 

내가 선택한 일과 그것을 위해 최고와 최선이기를, 

그것들을 위해 불타오르기를 바란다. - P259

‘그냥’이라는 말로 내가 가장 확실하게 얻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열정’이다. 박칼린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그녀를 알아가면서 느낀 많은 것들, 그녀가 ‘그냥’이라고 표현했던 많은 것들이 이제는 ‘열정’이라는 단 하나의 단어로 다가온다. 내가 원했던 삶, 그게 무엇이든, 그것은 열정과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가슴으로 느낀다. 그리고 이제 내 삶의 가장 뜨거운 곳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그러고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다. 이전의 ‘그냥’ 그런 삶이 아닌, 열정이라는 것이 그 상태 그대로 머물러 있는 ‘그냥’ 그런 나의 삶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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