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그들은 왜 그토록 당당한가!?

 

 세계 초일류국가가 되어야 한다며, 강하고 위대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그 길을 함께 가자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 반면에, 그것은 누구를 위한 대한민국이냐, 며 반문을 하며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를 이야기하고, 삶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라를 이야기 하는 대통령 후보가 있다.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나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초일류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허상에 가까운 경제 수치보다는 국민 삶의 가치가 우선시되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주장. 만약 저 두 명의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물론, 이 가정은 요즘 방영되고 있는 「대물」이라는 드라마 속 캐릭터가 하는 주장에서 따온 것에 불과하지만, 결코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넘어갈만한 문제는 아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이제는 드라마가 아닌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뉴스에서 접했던 사실을 이야기 해볼까?!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 경호시설 건립비로 100억 원대의 예산을 책정하고 청구했다는 기사를 봤다. 물론, 국회에서 부지 매입비 70억 가운데 30억을 삭감하고 40억 원만 통과시켰지만, 예비비로 보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고 하니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고… 암튼, 그 비용도 비용이지만, 이런 누가 봐도 황당한 국고의 사용에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에서는 입 다물고 있다는 사실에 어떤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언젠가 -이제는 고인이 된-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지금의 1/3 정도의 비용으로, 물론 그것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무슨 아방궁을 짓는다는 둥 난리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쯤 되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조금은 눈치 챘으리라 생각한다. 초일류국가, 강한나라 대한민국을 외치지만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분명 잘못된 사실을 이야기하는데 그 기준이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더불어, 결국에는 특정한 누군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소수의 누군가를 위해 이 사회가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저 꼭대기에 있는 그들을 제외한 우리는 그들을 결코 막지 못하고 있으며, 그럴 생각도 크게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토록 당당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쪼그라들어간다. 왜 일까?! 

 

 - 지금 우린 어디에 서있는가?! 

 

 오늘도 TV뉴스에서 우리 지역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을 한 학생이 몇 명이며, 작년에 비해서 몇 명이 증가했다느니 하며 주절거린다. 또 다른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라고 외치면서, 또 이런 뉴스는 뭐란 말인가?! 싫다고 하면서도, 이런 줄세우기식 교육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러한 정치 혐오는 실상 혐오스런 정치를 

계속 혐오스런 상태로 있게 하는 강력한 정치적 힘이다. 

젊은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혐오스러운 정치를 바꾸지 않는다면 누가 바꿀까. 

우리가 바라는 사회를 남이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 P182

얼마 전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했다. 국회는 폭력사태로 얼룩졌고, 여당과 야당은 여전히 날을 세운 채 서로 으르렁 거린다. 언론들은 이때다 싶어 ‘양비론’을 들고 나온다. 둘 다 잘못 한 것은 맞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 다를 욕하며 “그런 더러운 정치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라고 다짐하며 스스로의 권리를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길거리를 가다가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등록금 인하를 외치는 학생들이 모여 시위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떤 생각을 하는가?! “저것들 또 시끄럽게 지랄이네!”하며 욕하며 지나가는가?! 그런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위치는 어디인가?!”라고. 당신, 혹은 당신의 가족, 친구 중 누군가는 노동자이며, 누군가는 학생이다. 그들이 외치는 주장들이 결국에는 누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런 생각들은 돈을 가지고, 사회를 지배하는 자들이나 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말해볼까?! 내가 사는 대구. 아시다시피 한나라당 텃밭이다. 서민 경제가 좋지 않다 어쩌고저쩌고 이야기를 하면서, 왜 부자들의 당에 자꾸만 투표를 하는 것인지. 솔직히 내가, 소위 말하는 가진 자라면,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 부자당에 투표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에 나의 이익을 대변하는 다른 당에 투표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도 없는 당에 왜 자꾸 “그래도 대구니까!”라는 정신 나간 생각으로 투표를 하는 것인지. 설마 그들이 말하는 ‘서민, 서민, 서민’을 믿는 것인가?! 

 

 - 다시, 그들은 왜 그토록 당당한가!?

이것이 ‘미친 교육’의 실상이다. 즉,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부하면서도 

인간과 사회에 대해서는 자기 생각과 논리가 없어 

지배세력에게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사회구성원을 양산하는. - P43

이제, 처음 던졌던 “그들은 왜 그토록 당당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당당한 이유는 단순히 그들의 뻔뻔함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답… 그저 그들이 하는 대로 그들이 알려준 대로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자세가 문제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미친 교육’의 결과로 나온 무조건 수긍하는 자세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고, 사회에서 배운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내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뜻은 단순명료하다. 

자본가는 자본가의 일상과 이해관계에 따라 자본가 의식을 갖고, 

노동자, 농민은 노동자, 농민의 일상과 이해관계에 따라 

노동자, 농민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 P74

앞서 언급한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적어도 자신의 위치만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만 하더라도 지금의 이런 사회에서는 조금 벗어나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일만 제대로 된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여전히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그 부족함을 『생각의 좌표』에서 보다 명확한 이야기, 아니 단 한 줄의 질문으로 채워준다.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내 안에 있던 인간과 국가가 부서졌다. 졸지에 고아가 된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어린 고아였다. 

우선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이곳에 있는가, 왜 하필 여기인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다음 문제였다. - P214

어느 한 순간-실제로는 고통스럽게도 길었던- 방향을 상실하게 된다. 방향의 상실 이후에는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 싸움의 시작에 있는 것이 “나는 누구이며, 왜 이곳에 있는가, 왜 하필 여기인가.”라는 자기 성찰,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정치, 종교, 교육, 사회문제 등 여러 곳에서 이미 ‘의식화’를 당했고, 당하고 있다. 세상을 돌리는 것은 나이지만, 내가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그저 내가 돌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 착각에서 깨어나는 것은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고, 다행스럽게도 그 실마리를 이 책, 『생각의 좌표』에서 만날 수 있다. 

 

 『생각의 좌표』는 내 생각은 나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문제제기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마리까지 제시한다.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은 실마리를 말이다. 지금껏 세상이 심어놓은 가치와 기준에서 벗어나는 ‘탈의식화’를 꾀해야 한다는… 그 실마리는 이제 주어졌고, 이제는 그것을 잡고 놓치지 않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 그 길이 외로울 것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아직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책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서로 힘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 다시 생각하고, 세상을 바라보라.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인가?!”라는 물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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