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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드라이브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을 때가 있었다. 이왕 하는 생각, 좋은 생각들만 했으면 좋았으련만,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지난날들에 대한 후회였다. ‘그땐 왜 그랬을까?!’, ‘그러지 않았어야 했는데….’ 따위의 생각들… 그마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한상상, 아니 망상에 빠져있었다. 지나고 보면 그마저도 후회되는 순간들인데 말이다 ㅡ.
사람들은 후회를 할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후회가 반성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오히려 후회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바쁜 경우에 이르기도 한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그날의 드라이브』에 나오는 주인공인 노부로 역시도 그렇다. ‘마키무라 노부로’는 택시 기사이다. 그냥 택시 기사도 아닌, 하루하루 할당량을 채우기에도 버거운 ’초보’ 택시 운전기사 ㅡ.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행맨이었던 그는, 지점장에게 했던 단 한 번의 반역으로 좌천을 당하고는 당당하게 사표를 쓰고 나와 버렸다. 자신만의 호기로 인해 영웅주의에 취해있기도 했던 그가 현실에서 선택하게 된 것이 바로 택시 기사이다. 문제는, 택시 기사를 하면서도 여전히 그는 영웅주의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고, ‘인생은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 그리고 ‘다시 한 번, 인생을 달리 살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만으로 현실과 상상 속을 오가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ㅡ.
노부로는 현실에 지쳐만 가고, 점점 과거의 삶을 살게 된다. 옛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의 좋았던 기억들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가 유별나게 더 좋았다기 보다는 현실로부터 벗어나고픈 생각이 더 강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집안에서 떳떳한 가장의 노릇도 못하고, 택시 안에서도 누군가를 계속 모셔야(?!)하는 입장이다 보니 더더욱 벗어나고픈 생각이 간절했으리라 ㅡ. 그나마, 당연한 결말이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노부로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끝임 없는 망상에서 다시 조금씩 현실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그 스스로를 찾게 되는 것이다.
‘…했다면’, ‘…라면’ 이라는 가정 ㅡ. 지금도 혹시 이런 가정으로, 과거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왜 우리는 현실이 아닌 과거를 살아가는 것일까!? 어떤 대답을 얻기도 전에, 우리는 지금도 여전히 이런저런 많은 후회들을 한다. 그런 후회는 계속해서 또 다른 후회만을 남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후회 없는 삶을 살자’ 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고자 하지만,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기에는 절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후회가 아닌 반성으로,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야함을 머리로는 하는데 말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후회가 반복되는 날들이 아닌, 즐거움이 가득한 행복한 하루하루를 그려나가는 것은 어떨까!?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이 아닌, 하루하루가 새롭게만 느껴지는 날들을 말이다 ㅡ.
“나, 다시 돌아갈래!”가 아닌 “난, 지금이 행복해!”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나를 그려본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