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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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 …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을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p23 

 

항상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 풍경이 다르게 보일 때가 분명 있다. 어제와 다름없는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주위 뭔가가 평소와는 다르게 보인다는 것은 분명 평소에 하지 않는 일이나 생각들을 통해서가 아닐까?! 하지만 그것도 잠깐뿐이다. 다시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면 또 다시 어제와 같은 하루가 될 뿐이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 막혀서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고속도로에서 탈출해 비상계단을 내려오면서 다른 세계로 접어든 여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더 신기한 것은 그녀에게 다가온(그렇다! 새로운 세상은 그녀가 다가간 것이 아니라 다가온 것이다!) 세상에는 하늘에 달이 두개가 떠 있다. 궁금하지 않은가?! 이 무슨 이야기인지…. 

 

문득 하루키를 너무 오래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7년 전쯤 군대에 읽었던 《해변의 카프카》를 마지막으로 말이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문학성이 뭐니 따지는 것은 고사하고 그냥 읽기에 바빴다. 처음에는 남들이 보니까 나도 따라봤고, 한 장 두 장 읽으면서 재미있으면서도 가볍지 않음에 계속해서 끌렸다고 해야 할까?! 그래, 너무 오래 동안 잊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크나큰 매력에 말이다 ㅡ. 

 

오랜만에 들고 나온 장편이라고 그 오랜 시간을 양으로 시위라도 하듯이 분량이 1300페이지에 달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 라는 이름으로 그 오랜 시간을 많은 분량으로만 옮겨놓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아직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정말 오랜만에 느껴지는 즐거움으로, 하루키를 오랜 시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하게만 느껴질 정도였다. 『1Q84』라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구입을 했지만 다른 책들에 밀리고 밀려 이제야 읽었기에, 그동안 책장에 손길한번 주지 않은 채 고이 모셔두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ㅡ. 

 

『1Q84』를 “일큐팔사” 라고 읽어야 하는 것인지 “아이큐팔사”라고 읽어야 하는지, 이 책이 처음 나오고 사람들은 책의 제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자기들끼리 의견이 분분했다. 의견이라기보다는 궁금증과 호기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물론 지금은 부분 알다시피 “일큐팔사” 가 정답이다. 그럼 그게 뭔 뜻이냐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대충 말하자면, ‘아오마메’가 자신에게 다가온 새로운 세계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1984년으로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낯선 곳이 되어버린 것이고, 그 낯섦에 의문을 안고 있다는 사실에 question mark의 Q를 붙여 『1Q84』라는 새로운 세상의 이름을 만든 것이다 ㅡ. 

 

『1Q84』는 크게 두 명의 인물이 중심이 된다. 책의 홀수 장을 이야기하는 ‘아오마메’ 와 짝수 장을 이야기하는 ‘덴고’ ㅡ. 외관상으로나 실제로 그들은 각각 고급 스포츠클럽의 강사와 수학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암살자라는 직업과 소설가 지망생이라는 또 다른 직업이 있다. 어릴 적 상대방의 손을 한 번 잡은 것, 또 다른 한명은 잡힌 것이 전부인 기억이 한 사람에게는 영원히 품게 되는 사랑으로 기억되고, 그것이 그들을 이어주는 고리가 된다. 『1Q84』는 이 두 인물의 이야기를 각각 풀어내고, 그들의 이야기를 묘하게 교차시키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간다. 그리고 천재적인 문학성을 가졌지만 뭔가 독특한 인물인 ‘후카에리’ 까지 섞여들어 이야기는 도저히 한 눈을 팔수 없게 만들어 간다. 전체적으로는 개인을 이야기하고, 사회를 이야기하면서 다시 개인을 풀어내는, 그리고 그 속에서 끝임 없이 생겨나는 의문과 호기심을 적절하고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 아오마메가 있던 고속도로와는 정반대로 앞이 확 트인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느낌이 들만큼 이야기는 정말 막힘없이 읽힌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가볍냐고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의 무게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이야기는 정말 쉽게 읽히지만, 그래서 정말 쉽게 흡수되지만, 결코 쉽게 소화되지는 않는다. 어떤 깔끔한 에너지 속에서 뭔지 모를 시커먼 것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책 속의 덴버는 수학과 소설의 차이를 이야기하면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기도 하기에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수학에는 하나의 답이 있다, 하지만 인생(여기에서는 소설이 된다!)에서 답이란 없다’ 라는…. 조금 엄밀히 말하자면, 덴고는 인생에서도 답을 찾을 수는 있지만, 단지 명쾌한 해답이 주어지는 없다고 표현했던가?!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로 바꿔놓고, 해답의 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을 이야기로 암시한다고, 그래서 그 암시를 통해 현실에서 문제의 정답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언젠가는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그 가능성만을 이야기한다. 크게 보면, 이 『1Q84』라는 소설이 꼭! 그렇게 암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은 결말(그것이 결말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은 단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답은 스스로 찾아보라면서 던져주는 느낌이다 ㅡ. 어쩌면 지금 우리는 답이 아닌 어떤 문제부터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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