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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들은 자신들에게만 보이는 상상속의 친구가 있어서 그들과 대화를 하고 함께 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얼핏 들었기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나에게 그런 상상 속의 친구는 없었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 이야기에 더더욱 무심히 지나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나 역시도 어릴 적에 그런 친구가 있었는데, 단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에 등장하는 아이들이 상상 속의 친구들과 헤어지면 그들을 잊는 것처럼 말이다 ㅡ.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는 앞서 이야기한 ‘상상속의 친구’를 현실로 끌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덟 살의 소녀 ‘제인’에게는 브로드웨이의 유명 제작자인, 그래서 항상 바쁜 엄마 ‘비비엔’을 대신해, ‘마이클’이라는 상상속의 친구가 있다. 상상속의 친구이니 만큼 마이클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제인과 마이클은 매주 일요일 오후, 뉴욕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아이스크림 선디 먹으며, ‘제인과 마이클 놀이’를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제인이 아홉 살이 되는 생일날, 마이클은 상상의 친구는 아이의 곁은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규칙을 이야기하며, 그녀는 곧 그를 잊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고는 떠나버린다. 그리고 23년 후 ㅡ. 어릴 적의 순수함과 마이클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성인이 된 제인은 운명적으로 마이클을 다시 만나게 된다. 상상속의 친구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ㅡ.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어떤 규칙도 필요 없다는 듯이…….
비비엔이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나고 없을 때,
마이클은 제인이 엄마 없는 외로움을 어떻게 견딜지 걱정하고 있었다.
그때 제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히 이야기 했다.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 - p23
어린 제인이 덤덤히 이야기하는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아.”라는, 단순하지만 쉽게 하지 못했던 말이 지금 이 순간에는 왜 이렇게 가슴 벅차게 다가오는 것일까?! 상상의 친구 따위는 없는 것이라고, 아니 그런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채 삶을 살아가고, 운명적인 사랑이나 헤어짐이 없는 사랑 따위도 동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일이라며 미리 선을 그어버리며, 그저 현실만을 쫓아 살아가는 나와 마주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일까?! 어릴 적의 순수함도 사랑이라는 이름의 위대한 힘도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게 된다. 역시나 오랜시간 너무 건조한 삶을 살았던 탓일까?! 오랜만에 만난 상상에서 현실로 끌어낸 사랑의 이야기가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느낌이 정말이지 감사하게 생각된다 ㅡ.
소설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의 인생이 늘 힘들고 고달프다고 해서,
모든 소설이 그렇게 끝을 맺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미리 말하지만, 이 소설은 행복한 기적처럼 끝이 난다. - p290
이야기가 거의 끝에 다다를 때쯤 생뚱맞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머냐?! 3장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결말을 이야기 해주다니… 그래도 그 목소리가 전혀 미워보이지는 않는다. 뭐,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의 흐름이니까… 오히려 조금이라도 일찍 그 마지막을 확신 할 수 있었기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사랑의 감정을 좀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기상으로 따뜻한 봄날이 계속되어야 할 요즘이지만, 날씨는 아직까지 차갑기만 하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차갑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 날들에, 따뜻한 봄날을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이 한권의 책으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잊고 있었던 어릴 적 당신만의 상상의 친구가 따뜻한 봄날과 함께 따뜻한 사랑을 안고 찾아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