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다만 이해할 뿐

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비운’이라는 말을 조선 시대에 적용한다면 그에 해당되는 왕을 떠올리기가 그리 어렵지는 만은 않을 것이다. 삼촌인 수양대군에 의해 자리에게 물러나게 된 단종이나 뛰어난 정치적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물러나야만 했던 광해군 등 ㅡ. 그리고 왕뿐만이 아니라, 왕이 되지 못한 세자들 역시 비운이라는 말과 함께 떠올리기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초의 세자 이방석이나 사도세자 이선, 그리고 지금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로 다시 만나게 된 소현세자 이왕이 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소현』은 병자호란의 패전으로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소현 세자가, 고독과 불안 속에서 살아온 8년여의 볼모 생활을 끝내고 환국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그려낸 것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고립되면서 점점 사라지게 되는 비운의 왕세자, 소현 ㅡ. 그의 온몸을 둘러싼 고독과 눈물의 이야기가 작가‘김인숙’의 손을 통해 보다 섬세하게 그만의 느낌으로 그려진다.

조선 시대를 바라보면서 -지극히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왕이 있는데, 그가 바로 ‘인조’이다. 단지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가, 『소현』의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명분 같지 않은 명분으로 인조반정을 단행함으로써 광해군을 끌어내렸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가질 수밖에 없는 콤플렉스가 또 다시 권력과 얽히면서 비인간적으로까지 비춰지는 모습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그의 좋지 않게만 보이는 모습들이 결국 또 다른 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로 인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만 계속해서 불어날 뿐이다. 어쨌거나 재미있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조가 끌어내린 광해군과 그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아들 소현세자가 비슷한 운명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쯤 되면 그 사이에 끼여 있는 인조가 좋지 않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ㅡ.

광해군이나 소현이나 같은 이에게 정적으로 취급되었고, 그들이 꿈꾸던 세상이 비슷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꿈꾸던 세상을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이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큰 아쉬움과 동시에 연민을 느끼게 한다. 아쉬움과 연민이라는 표현 이외에, 뭔가 이 절절한 마음을 보기 좋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함에 ‘작가의 말’에 남겨진 글귀로 대신하려 한다 ㅡ.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나는 다만 이해하고 상상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
나는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는 것……
그를 위로할 수도 그를 위해 변명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의 삶과 죽음을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할 뿐이라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 p336, 작가의 말 中에서…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으며, 거기에다가 상상력을 가미해 만든 작품이 『소현』이다. 소설이지만 현실을 담았고, 그 현실과 소설 속에서 동시에 살아 숨 쉬는 소현 세자 ㅡ. 역사 속의 인물이기에 소설로 끌어들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그래서 소현과 함께 그의 고독으로 인해 아파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말이, 글이 아닌 마음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