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이타카
하지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소원을 한 가지만 말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어떤 소원을 말할 것이냐고 물었다. 난, 소원을 100가지쯤 빌 수 있는 소원을 빌 것이라고 말했다. (음… 말이 좀 복잡한가?!) 한 개의 소원을 백 개의 소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해본 말이었다. 지금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단 하나의 소원이 없었기에 그랬을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원하는 소원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어 -상상으로나마- 욕심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의 욕심 가득한 소원을 누가 들어주겠는가?!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라벨이라면?! 그라면 아마도 “소원을 빌기 전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단다.”라고 말했을지도…….
 






롤랑 거리 6번가에 있는 7층 저택 ㅡ. 보이드 씨의 저택이다. 그 맨 위층에 수수께끼의 건물주인 보이드 씨가 살고 있고, 그 아래로 1층부터 6층까지 다양한 입주자들이 방을 한 칸씩을 차지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이야기는 현관에서부터 ‘1층 걸작의 방’, ‘2층 시인의 방’, ‘3층 연인의 방’, ‘4층 부정의 방’, ‘5층 여인의 방’, ‘6층 의사의 방’, 그리고 ‘7층 보이드 씨의 방’까지 차례대로 한 층 씩 올라가며, 그 곳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같은 건물에 살지만,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저마다의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ㅡ. 그 이야기의 중심에, 3층에 사는 청년 ‘라벨’이 있다. 그는 ‘소원을 들어주는 남자’-이는 작가가 처음 생각한 이 작품의 이름이기도 했다- 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소원은 빌 수가 없다. 대신 다른 사람의 소원을 일생에 단 한 번, 그것도 그들이 알지 못하게 들어주어야 하는 운명에 놓여있다. 그런 그들 둘러싼 보이드 씨 저택 사람들의 슬프면서도 아름답고, 그러면서도 또 기묘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때로는 섬뜩한 느낌도, 정말 무섭다는 느낌까지 들게하는…….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은 옴니버스식 구성
이다. 그래서인지 각각의 이야기마다 담겨있는 새로운 느낌들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 더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런 각각의 다른 느낌이 다시 하나로 연결되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소설 속에 담긴 삽화들까지 함께해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속의 느낌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 같다.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의 끝에서, 이런 저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된다. “일생에서 뭐든 단 하나 이룰 수 있는 소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주스트 씨처럼 적어도 그것을 고작 6층까지 올라갈 수고를 더는 것에 쓰는 일만큼은 없어야 할 것이라는 당연한 대답과 그 이상의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와 동시에 대답을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소원이 이루어진 다음을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한다. 책의 띠지에 쓰여 있던 한 줄의 문구, “소원을 이룬 사람들은 결국 행복해졌을까?”라는 단 한 줄의 문구를 보면서 더더욱 말이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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