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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블랙 장르의 재발견 1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서민아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과연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일까?!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을 때, 그래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에 이르러서도 욕망은 그칠 줄 모른다. 결국에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선 어떤 것에 도전하고야 만다. 불로장생을 위한 약을 찾기 위해 온 세상을 뒤지고 다닌 진시황과 한 무제가 잘 보여주듯이 불멸과 같은, 한계를 넘어선 도전 같은 것들 말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도리언 그레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ㅡ.
나는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 있고,
그림이 나 대신 점점 나이를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난 무슨 짓이든 할 거예요! - p54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도리언 그레이’는 ‘바질 홀워드’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나서야 자신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곁에 있던 ‘헨리 워튼 경’에 의해 아름다움, 그 이상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름다움에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그 아름다움을 잡기위한 욕망이 꿈틀거리게 된 것이다. 자신은 언제까지나 젊은 모습 그대로 남아있고, 그림이 대신 나이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욕망 ㅡ. 그 욕망이 현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리언은 그의 외모와는 반대의 추악함을 드러내게 된다. 계속해서 곁에서 쾌락을 부추기는 헨리 경에 의해 그는 살인까지 이르게 된다. 과연 그의 영원한 젊음과 그 속에 감추어진 추악함은 어떤 관계 속에 놓이게 될지…….
단순히 겉으로만 드러나는 아름다움에 이끌려 우리는 수많은 유혹에 빠지게 되고, 또 다시 그 유혹 속에서 삶의 피폐함을 겪게 된다. 아름다움의 이면에 죄악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인지, 죄악의 살아 숨 쉼을 아름다움이란 것으로 덮으려 애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외면과 내면의 일체를 형성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 우리 인간들에게 주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작품 자체의 모습으로나 그 내용 밖에서의 모습이나 모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문에서 이미 자신을 향한 비판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에서 영국 세기말 문학을 대표하는 유미주의 작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의 유일한 장편 소설이라는 이 작품이 외설죄의 증거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는 점 등에서 ‘오스카 와일드’라는 작가에 대한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그런 그의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낸 듯 보이는 이 작품이 -도리언 그레이나 헨리경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를 제쳐두고…- 더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은 후 내릴 수 있는 결론으로는, 육체적 쾌락 속의 불멸이 아닌, 사는 동안의 열정으로, 영혼적인 쾌락, 그래서 죽은 후 누군가가 나의 이름 앞에 불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좀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의 수많은 도리언들이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외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