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양장)
레베카 크누스 지음, 강창래 옮김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왜 어떤 사람들은 책에 열광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책을 두려워 하는 걸까?! 가끔씩 “왜 책을 읽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는 있지만, 특별히 “왜 책을 두려워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거나 받아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를 마주한 지금쯤, 한 번은 던져 봐야 할 질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 사람들은 책을 두려워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책을 학살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생뚱맞게도 책의 시작에 앞서 역자가 미리 밝힌다. 책을 파괴하는 것은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고, 그것은 책의 힘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ㅡ. 책을 파괴하는 이유는, 책이 진정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책이 가진 가치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ㅡ. 전쟁이나 권력, 혹은 이념에 봉사하기 위해 벌어진 주요한 전략·전술 가운데 하나가 책의 학살 이었던 것이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에서는 이 책의 원제이기도 한 ‘libricde(책의 학살)’를 20세기를 혼란으로 몰고 간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genocide(인종말살)’, ‘ethnocide(문화말살)’사건과 동일한 영역 안에 넣음으로써 권력, 극단적 이념, 전쟁에 대한 역학적 관계를 함께 규명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우리는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통해, 그 역학적 관계 규명과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보게 된다. 아직까지는 단순히, ‘모르니까’, 혹은 ‘그냥 싫으니까’라는 이유로 책을 파괴한다면 차라리 나을 것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생각만을 해보며,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 속으로 들어가 본다 ㅡ.

인간의 조직적인 폭력 아래에서 인류의 문화가 파괴되고 있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의 저자 ‘레베카 크누스’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조취를 취하기 전에, ‘책의 파괴’라는 20세기의 전염병을 돌이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의 생각을 논증하기위한 다양한 질문을 시작으로 이 책을 써나갔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도서관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이고, 정략적인 정권들은 왜 도서관들을 없애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들의 파괴가 왜 세계 문화와 다문화주의에 위협이 되는지에 대한 탐구의 결과물’이라고 밝힌다 ㅡ.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는 전체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종말상, 문화말살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1장을 시작으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2장, 책의 학살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를 담은 3장까지는 각종 이론을 이야기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4장에서 부터 8장까지는 나치가, 보스니아에서 세르비아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가, 중국 문화혁명 동안 마오주의자가, 그리고 티베트에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책의 학살 사례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9장에서 결론에 이르는 논리적인 글로 마무리 한다. 책의 본문에 앞서 역자 서문에서 역자는 4장에서 8장까지는 순서와 상관없이 읽고, 1장에서 3장을 보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야기 한다.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그런 방식으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책을 보다 흥미 있게 읽고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정말 멋지게 소화해내는 것이라 생각된다 ㅡ.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어할만한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라는 제목에서부터 뭔가 불끈 불끈 솟아오르게 만드니까 말이다. 단순히 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 책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책에 대해 관심이 없어하는 사람들에게 더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미 책을 좋아하고, 항상 책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책의 학살을 이야기하며 책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것 만큼이나, ‘도대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의 관심을 책으로 돌리게 하는데 있어서도 더없이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 물론 쉽지만은 않은 이야기라 책에 흥미를 붙여보려고 도전했다가 실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책 한 권이라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책과 도서관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신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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