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혁명의 기운이 감도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이 이 이야기의 배경이라기에, 그 시대에 걸맞은(?) 극적인 뭔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정말 큰 한 획을 긋는, 그런 크나큰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 같다. 그 속에서 정말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면 만나보기 힘든 세상을 미리 그려봤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소설을 통해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만나는 감동을 기대하며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었던 것 같다 ㅡ. 하지만, 결국 이 소설은 나를 다시 현실로 돌려놓았고, 그 속에서 피해갈 수 없는 고통을 느끼게 했으며, 지금의 나와도 마주보게 했다 ㅡ.

『테헤란의 지붕』은 열일곱 살 소년 ‘파샤’가 주인공이다 ㅡ. 1973년 테헤란의 여름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등학교 생활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고, 졸업을 하면 미국으로 유학도 갈 예정이다. 토목을 전공하고 엔지니어가 되기 위한 유학을… 물론 자신의 생각은 아니다. 그런 그에게 단짝 친구인 ‘아메드’가 있다. 그들은 지붕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지붕이 그들에게 특별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게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고, 그들은 그들과의 시간을 함께 하기 시작한다. 파샤가 좋아하는 옆집에 사는 아름다운 ‘자리’는, 그가 좋아하는 ‘닥터’와 결혼을 하기로 한 사이이다. 성장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소년들같이 그 역시도 힘겹고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닥터가 비밀경찰에 잡혀가게 되면서 그들의 주변 상황은 조금씩, 혹은 아주 많이 바뀌어 가게 된다 ㅡ.

독재라는 시꺼먼 구름아래 놓여있는 이란을 배경으로 『테헤란의 지붕』은 이야기된다.
독재의 수단으로 정말 유용하게 이용된 것이 ‘사바크’라는 비밀 경찰집단이다. 누군가가 독재에 반하는 행동이나 말만으로도 그 누군가를 얼마든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이 되는 것이 바로 이들이다. 독재에 저항함으로써 사바크라는 큰 적을 만들어내고, 그들로 인해 죽어간 닥터와 그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아무 말도 못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로인해 (책에서는 1974년 테헤란의 정신병원에 있는 파샤의 모습을 중간 중간 그리면서 1973년의 파샤와 묘하게 대조되게 해놓았다.) 정신병원에 놀라우면서도 처참한 모습으로 있는 파샤의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거(혹은 현재?!)를 떠올리기도 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독재라는 괴물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모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 괴물같은 세상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기대하지 못했던 큰 감동과 별과 같은 반짝거림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왜 신은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는 거죠?
왜 우린 정의를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만 하죠?” - p245

 

이런 되풀이되는 울부짖음에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어야하는 나 자신을 바라본다. 언젠가, 이런 울부짖음에 당당히 대답하고, 행동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만날 수 있을까?! 쩝, 씁쓸함만이 남겨진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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