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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동전
이서규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E Pluribus Unum(에 플루리부스 우늄)”
여럿이 모여서 하나가 된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여러 인종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룬 미국을 상징하는 말로,
달러화 동전에 새겨져 있다.
자애병원 복도에서 벌거벗은 젊은 남자가 ‘조인철’의 어깨로 무너지며 눈을 감는다.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된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채 ㅡ. 그에게서는 죽음의 냄새가 난다. 한편 같은 병원의 한 병실에서는 원인모를 발작을 일으키는 한 여성이 있다. 발작으로 인해 몸싸움을 하다가 환자에게서 옮겨온 듯한 1달러짜리 동전이 인철의 주머니에 담겨져 있다. 그 동전에는 “에 플루리부스 우눔(E Pluribus Unum)”이라는 말이 새겨져 있다. 이것은 벌거벗은 채 죽은 젊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된다”라는 말과 같은 뜻을 담고 있다. 젊은 남자의 죽음과 병실에 있는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가?! 이 의문의 사건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이고, 그것들에는 또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 조인철은 이승종 신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이 의문의 사건들을 조사해나가기 시작한다 ㅡ.
병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과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한국은행에서 사라진 은화 15톤과 국립중앙박물관 유물 도난 사건, 소록도 한센인 학살 등의 사건들이 이리저리 얽혀 『악마의 동전』이라는 한 권의 소설이 탄생했다. 『악마의 동전』은 현실과 상상을 엮어 만들어낸 작품이다. 추리와 스릴러적인 요소에다가 영화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키는 공포까지 담아낸다. 물론 누군가의 배에 어떤 글자가 스멀스멀 올라와야지만 공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공포에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벅찬 공포까지 이야기함으로써 보다 큰 끔찍함을 보여준다. 이 책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소개를 보면 ‘지식추리소설’ 이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말 그대로 추리소설에다가 방대한 지식을 여기저기 담아놓은 것이다. 사건 자체의 의문들을 추리소설 형식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 말고도,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지식들은 아주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그 악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고, 악이라는 이름의 욕망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원한과 복수를 다루고 있다. 또한 단순히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닌, 그 속에서 끌어낸 인간의 -배반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는- 끝없는 욕망이 더해진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치유되지 않은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피로 태어남을 보여준다. 전쟁이라는 잔혹성 앞에 놓인 힘없는 사람들, 전쟁이라는 혼돈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받게 되는 다양한 상처를 이야기함으로써 그 상처가 치유되는-치유가 가능하다면- 과정 역시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남을 보여준다. 그 형태 중 끝으로 치닫게 되는 것이 복수이고 말이다 ㅡ.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postfile/2/2010/03/19/23/bunnywj_4428329890.jpg)
우리는 선과 악을 이야기하면서 그것들이 사람의 마음속에 깃든다고 이야기한다. 선이 깃들면 천사가 되는 것이고, 악이 깃들면 악마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에는 인간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것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는 것인데, 과연 진짜 그런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많은 참상들을 이야기하면서 문제의 본질은 욕망이라고 이야기한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욕망이든 탐욕이든, 열등감이든 모든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돈이라는 욕망을 탐하고, 그것이 배신과 살인이라는 날개를 달고 끔찍한 비극으로 향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그 인간 본연의 모습을 악이라는 말로써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