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스테인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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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의 행동, 나아가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고 할지라도 그 누군가를 감히 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 누군가와 상당히 가까운 사이이고, 남들이 모르는 것을 그와 단둘이서만 공유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타자는 타자일 뿐이다. 관찰자라는 이름의 제3자의 입장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있겠지만,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그래, 단순히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표현을 조금 바꿔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정답은 없겠지만, 난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을 해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가?! 당연하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이지만, 아쉽게도 현실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마치 그 누군가의 행동 하나를 보고, 그의 모든 것이 그러하리라고 생각을 하고, 그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결론지어버리는 것이 나이고, 당신이고,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인 것이다 ㅡ. 

 

처음으로 ‘필립 로스’라는 작가를 만났다. ‘만났다’라는 평범한 말로 시작은 했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는 ‘정말 멋진 만남이다’라는 표현마저도 아쉽다고 느껴질 만큼의 울림이 느껴졌다. 시작이 평범했다는 것은,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게 다가서는 것이 쉽지 않기에 한 말이었다. 『휴먼 스테인』의 처음 한 두 페이지를 읽었을 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아내기가 힘들었다. 숨이 찼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긴 호흡으로 웬만한 집중력이 아니고서는 읽는 것조차도 벅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역시 인간의 적응력은 놀랍다. 그 놀라움이 활약을 할 때쯤이면 ‘필립 로스’의 글들은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는 『휴먼 스테인』ㅡ. 이제 그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이다. 

 

대학에서 고전문학을 강의 하던 ‘콜맨 실크’는 자신의 수업에 출석을 하지 않은 두 명의 학생들을 향해서 ‘Spooks’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 단어는 유령, 귀신의 뜻을 가지고 있지만, 검둥이라는 비속어적인 의미도 포함되어있는데, 공교롭게도 결석한 두 학생이 흑인이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의도와는 다른 일로 그는 대학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과 함께 퇴임을 하게 된다. 그 일로 인해 그의 아내 아이리스가 죽게 되고, 콜맨은 분개하게 된다. 그랬던 그가 이제 다시 사랑을 하게 된다. 상대는 학교의 청소부인 ‘포니아 팔리’ ㅡ. 얼핏 보면 아무 문제없는 것이지만, 이미 콜맨의 나이는 71세, 포니아는 34세이다. 다시 콜맨은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고, 결국 포니아의 전 남편으로 인해 두 사람은 마지막을 맞게 된다. 그리고 남겨진 그들의 과거 ㅡ. 그 속에서 놀라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ㅡ. 『휴먼 스테인』의 내용은 간단하게 정리 하자면 이렇다 ㅡ. 전체적인 틀은 그리 복잡하다고 느껴지지 않겠지만,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과 그 이야기들로 인해 시작되는 많은 생각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부적절한 관계로 미국 전역이 들썩이던 1998년 여름이라는 배경자체에서부터 필립 로스는 핵심적인 이야기를 던져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읽어나간다면 쉽게 놓칠 수 있는 콜맨 실크-검은 석탄을 의미하는 콜과 실크가 결합-라는 이름으로 처음부터 큰 이야기를 던져준 것도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시대적 배경과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있는 콜맨을 통해서 『휴먼 스테인』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을 어느 정도 느끼도록 해주면서,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모든 것들 깔끔하게 정리 하게끔 하는 필립 로스의 스타일에 놀라게 된다. 또한 남의 탓을 하지도 않고, 누군가의 잘못을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그의 태도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ㅡ. 

 

 『휴먼 스테인』을 보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랄까?! 거울 속에서 거북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나를 만난 기분이다. 그런 내가 있는 거울 속의 세상은 내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지금 이 세상이기도 한 것이다. 거울 속에는 그 세상이 담겨있다. 현실만큼 제일 잔인한 것은 없다고 했던가?! 소설이라는 세상을 통해 보여지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피부에 와 닿았다. 피부에 전해지는 그 느낌이 살아있다는 희망적인 느낌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안타깝게도 쉽게 들추어내기 힘들지만, 한 번 드러나기 시작하면 한없이 추잡해지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꿈틀거림으로 느껴져 더더욱 잔인하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ㅡ. 

 

우리는 삶 속에서 당혹스러운 순간을 수도 없이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그런 당혹스러운 생각보다도, 그것을 야기하는 상대방에 대해 오히려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게 있는 순간들도 있다. 그런 순간들 중에 하나가 어떤 선택을 강요받을 때이다. 다양함 속에서의 선택이라면, 누군가의 강요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다양함이 아닌 단 두 가지의 극단적인 상황에서 꼭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는 순간은 당혹감으로 가득 차오르게 된다. 물론 그 당혹감은 상대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변하기도 한다. 왜 이 사람은 사람들을 이렇게 극단적으로만 몰고 가는 생각들을 강요하고 있는 것인지……. 단순히 이런 생각에서 끝난다면 그냥 한 번 당혹스럽고 치울 일이겠지만, 생각은 계속해서 앞으로만 달려간다. ‘누가 이 사람을 이런 모습으로 만들었는가’, ‘어떻게 이 사람은 극단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말이다. 결국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며, 그 얼룩짐이다 ㅡ. 

 

이 책의 제목인 『휴먼 스테인(Human Stain)』, “인간의 오점”ㅡ. 결론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욕망, 그 얼룩짐이라고 했지만, 인간의 오점이라는 것을 인간이라는 그 자체를 향해서는 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오히려 오점이라는 것이 인간의 또 다른 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ㅡ. 혹시 다른 사람의 콤플렉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반대로 나 자신의 콤플렉스에 대해서는 어떤가?! 사람들은 그런 경향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일은 그 무엇보다 큰일인데, 타인의 일은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 ㅡ. 조금은 냉정하게 보일수도 있겠지만, 인간이기에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그 얼룩짐이라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사실을 ㅡ. 

 

 자신의 얼룩을 지우려하는 것이 결국에는 자신을 지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존재라는 것은 어떻게 드러나는 것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에서의 갈등을 떠올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들과 짐작조차 하지 못한 또 다른 사실들 사이에서 혼란을 겪기도 할 것이다. 그 속에서 『휴먼 스테인』에서 발견한 아이러니라는 단어와 함께 짐작과는 다른 일들이 가득하다는 냉혹한 현실이 떠오른다. 결국에는 그와 같은 다양한 시선으로 나 자신을 생각해보게 되고, 그 생각은 더 큰 곳으로 향해 달려가게 만드는 것이 『휴먼 스테인』이다 ㅡ.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대답은 이미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비판이 아닌  포용을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오점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삶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또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도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해본다. 그 인물이 소설 속의 인물일지라도 ㅡ. 결국은 이해라는 것 보다는,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억지로 누군가의 입장이 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그 누군가의 삶을 인정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보다 더 깊이 누군가의 이해하는 순간,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순간에 도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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