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삶을 살아가면서 왠지 끌린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봤는가?! 저 사람, 나와 같은 경험을 했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뭐 그런 생각들 말이다. 난 아직 그리 오랜 삶을 살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끌린다고 느끼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쩌면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사람을 보는 눈을 가지지 못한 것이리라 ㅡ. 그런 경험은 물론 생각조차도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미처 못 했었다. 하지만, 함께 아픔을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다면?! 이라는 생각을 해보니.. 『북치는 여자』에 등장하는 하윤과 은서의 서로에 대한 이끌림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ㅡ.

하윤은 낚시를 갔다가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일반 낚시꾼이 한 번 잡을까 말할 할 정도의 대물을 낚고도 그냥 놓아주는 그녀 ㅡ. 하윤은 그 모습이 그렇게 신비롭고도 아름다울 수 없었다. 현실이 아닌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느낌이 계속해서 그를 그녀로 이끌게 했다. 첫 눈에 반했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강한 이끌림으로 그녀에게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만날 사람은 언젠가는 꼭 만난다고 했던가?! 인연이 이리저리 얽혀지고, 우연히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된 하윤 ㅡ. 그리고 조금씩 알아가는 북치는 여자, 은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듣게 된다. 도대체 은서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그것을 살아가기보다는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 마르셀 푸르스트

 

 

마르셀 푸르스트의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는다. 인생을 살아가기는 하지만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 혹은 정말 꿈같다고 느껴지면서도 꿈인 것 같지 않을 때 ㅡ. 이 책, 『북치는 여자』의 내용이 그렇다. 살아가는, 혹은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꿈을 꾼다는 느낌이 강한 삶을 이야기한다. 한 여자의 현실이라기엔 잔인하고, 꿈이라기엔 너무 선명한 슬픈 이야기가 있다. 안타깝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떤 분노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옛 여자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던 마음의 한편을, 강한 이끌림으로 다가온 한 여자에게 내어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갑작스럽지만, 오래된 느낌과 함께,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느낌들이 여자와 남자를 휩쓸고 지나가고, 그 결과 그들을 사랑으로 엮어준다.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지나가기에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가슴은 더 아련해진다 ㅡ.

하윤과 은서의 우연한 만남과 이끌림, 그리고 꿈같은 사랑 ㅡ. 그 모든 것들이 북춤을 추는 희미한 모습과 북장단으로 남겨진다. 그리고 그 어느 것보다도 따뜻한 “함께”라는 이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 속 깊이 다가온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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