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배회자 우먼스 머더 클럽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갑작스런 사고로 병원 응급실에 들어가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위기는 넘기게 되고, 내일이면 퇴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날 퇴원을 기다리던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퇴원하는 모습이 아닌,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더군다나 두 눈 위에는 -의술의 신인 카두케우스 문양이 새겨진- 단추가 놓여 있고 말이다 ㅡ. 의사도 인간이기에 할 수 밖에 없는 작은 실수 때문인가, 명백한 의료 사고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혹은 단지 재수가 없어서?! 어떤 이유에서든 당신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못할 것이다 ㅡ. 그런 견디기 힘든 분노가 『한밤의 배회자』속, 샌프란시스코 시립병원에서 ‘계속해서’ 생겨난다. 그렇다! 계속해서 ㅡ. 결국 -계속해서 생긴 일로 인해 계속적으로 생겨버린 많은-유족들과 병원 측은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된다. 그와 비슷한 시기 고급 승용차 안에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한다. 그 역시 계속해서 ㅡ. 연쇄살인이다. 전혀 흔적조차 남겨놓지 않은 범인들 ㅡ. 이 사건들이 동시에 『한밤의 배회자』 속에서 펼쳐진다 ㅡ.

 



 

『한밤의 배회자』는 우먼스 머더 클럽의 5번째 이야기(우먼스 머더 클럽 vol.5라고 하니, 맞겠지?!)이다. 벌써 5번째인데, 난 이제야 그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강력반 부서장 린지 박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 신디 토머스, 샌프란시스코 경찰국 검시관 클레어 워시번,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시 소속 변호사 유키 카스텔라노 ㅡ. 이 네 명의 여인들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ㅡ. 그녀들의 각기 다른 매력과 함께 계속해서 생겨나는 사건들이 뒤섞여 정신없이 나를 몰아친다. 거기에 짧은 챕터 구성으로 나의 숨마저 짧게 짧게 끊어가며,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숨 막히게 만든다 ㅡ.

『한밤의 배회자』는 정말 쉽게 읽히면서도 긴장과 분노의 끈을 놓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읽는 내내 다른 생각보다도, 반드시 범인은 잡아야 겠다는 생각만이 나를 지배했다. 범인이라고 확신이 드는 자에게도 변호의 기회는 줘야한다는 -당연한- 사실에도 짜증이 밀려왔고, 구속이나 수색을 위해서는 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에도 짜증만이 밀려올 뿐이었다. 그런 짜증 속에서, 린지가 범인을 잡을 때는 그녀만큼이나 나에게도 엄청난 전율이 느껴졌다 ㅡ.나의 일도 아닌데, 단지 소설 속의 이야기일 뿐인데 이렇게 나를 흥분시키며 즐거움을 주면서도 그와 동시에 답답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는 하나의 큰 사건에 또 다른 사건이 들어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건은 해결된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구석이 남아있기는 하다. 전체적으로는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으나,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한, 짧은 챕터 구성이 오히려 전체적인 내용면에서는 각각의 사건을 완벽하게 단절시키는 듯 한 느낌이 묻어난다. 조금은 더 복잡하더라도 사건들을 한 점으로 모을 수 있는 깜작 놀랄만한 단 하나의 뭔가가 있었으면 더없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마무리 또한 보다 친절하게 설명을 곁들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그런 아쉬움과 여운들이 앞으로의 더 멋진 작품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아빠는 엄마한테 요한계시록의 네 기사,
기근, 죽음, 질병, 전쟁에 대한 얘기를 하셨죠.
하지만 다섯 번째 기사는 바로 인간이라고,
인간이 그중 가장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어요. - P 452

 

이런 저런 많은 생각들을 지워버리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역시 문제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ㅡ. 현실에서든 소설에서든, 도저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거북스럽고 역겨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국 인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희망도 역시 인간이다 ㅡ. 어느 쪽도 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 선택 또한 인간이 한다. 그렇다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라는 뻔한 질문에 답은 이미 나온 듯하다. 부디 지금의 그 답이 인생의 전체에서 -그 어떤 순간에도- 변함없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길 소망해본다 ㅡ.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