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 미국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허먼 멜빌 외 지음, 한기욱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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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이 시작하고도 벌써 한 달, 그 이상이 지났다. 올해의 목표가 명작이라 불리는 오래 전의 작품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다녔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읽은 책이 한 권도 없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으로 한 권을 붙잡고 싸웠지만, 어떤 부담감 같은 것 때문인지, 역시나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그러는 중에 만난 책이 이번에 새롭게 나온 『창비세계문학』이다 ㅡ. 19~20세기 초에 이르는 -100년을 대표하는-세계 근현대문학, 9개 어권 총 102명 작가의 114편 작품들을 엄선해서 수록했다고 한다. 어느 한 작가와 어느 한 나라의 작가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폴란드 편」, 「스페인·라틴아메리카 편」, 「러시아 편」등등의 다양한 나라, 그 대표 작가들의 단편들을 소개한다는 사실에 구성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었다. 장편이 힘이 든다면 단편들로 가볍게-말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가볍지만도 않은-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직접 마주할 수 있었고, 그 마주한 책이 『창비세계문학』中 미국편, 『필경사 바틀비』이다 ㅡ.




 

미국 단편 소설의 효시로 손꼽힌다는 호손과 포우의 단편으로 책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다른 나라를 다 제쳐두고 우선적으로「미국 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너새니얼 호손, 에드거 앨런 포우, 마크 트웨인, F. 스콧 피츠제럴드 등의 작가들 ㅡ. 이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봤든, 그러지 못했든 이미 친숙해져버린 이름만으로도 그들의 작품에 한층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컸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고 말이다. 호손의 《젊은 굿맨 브라운》, 포우의 《검은 고양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 마크 트웨인의 《캘레바래스 군의 명물》을 거쳐, F. 스콧 피츠제럴드의 《겨울의 꿈》,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에게 장미를》까지 ㅡ. 단 한권의 책으로 이 엄청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맛볼 수 있다 ㅡ.

어떤 작품을 읽고, 이것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다 아니다,를 말할 능력이 나에게는 아직까지 없다. 어떤 것이 실험성이 다분한 장르이고 놀라운 문학 작품이 되는 것인지, 어떤 것이 고전적인 품격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각각의 묘사가 노리는 효과는 무엇인지, 우리의 삶과 사회상을 그 내용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저 읽으면 읽는 대로, 느끼면 느끼는 대로 생각하고 결론지어 버리고는 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ㅡ. 하지만 이 작품들에 대해서는 감히 그렇게도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작품들을 다 읽고, 책의 마지막에서 본 ‘해설’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읽고 느낀 것들을 말하기에는 상당한 부끄러움이 먼저 든다 ㅡ. 다만, 각각의 작품들의 내용이 이렇고, 이것은 또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라는 식의 복잡한 생각이 앞서서, -늦었지만- 올 한해 고전의 시작을 하게끔 해줬다는 사실에 이 책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게만 느껴진다.

 



 

이미 많은 문학적 소양을 갖춘 이들에게는 이 한 권의 책으로 다양한 작가들을 단편으로 만나는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문학적 소양을 쌓기 위한 시작으로 이 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미국편, 단 한권으로 시작을 했지만 이제 하나씩 하나씩 또 다른 나라의 작품들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ㅡ.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나 역시도 이 작품 저 작품에 대해 당당히 떠들 수 있을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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