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주경철 지음 / 사계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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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소설이 아닌 그 이전의 소설-꼭 소설이 아니더라도-들을 읽다보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들이 밑바탕에 깔려있지 않아서인지 좀처럼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사고로 보면 절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어떤 시대, 어떤 소설에서는 당연한 일들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혼란(?!)을 겪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종류의 책들과는 멀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흔히 말하는 세계명작이라 하는 고전 문학 같은 것들의 대부분이 말이다 ㅡ. 나와 그런 책들과의 벽을 한 번 허물어 보고자 올해의 목표를 고전 소설을 많이 보는 것으로 잡았다. 하지만 역시나 생각만큼 쉽지 않다. 책은 구입해놓았음에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던 순간에 살짝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 있었으니.. 바로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이다 ㅡ.

생각지도 않게 정말 멋진 책을 만났다는 생각을 해본다 ㅡ.
너무나도 다양한 작품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엮은 책을 단 한 줄로 표현하자니 이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멋지다는 ㅡ.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상당히 지루할 것 같은데, 그래도 뭔가 남은 것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지금에는 올바른(?!) 선택을 한 나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ㅡ.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는 제목 그대로 문학을 읽으면서 역사를 알아가고, 또 역사 속에서 문학을 읽어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가볍게 「이솝 우화집」으로 시작한다. 많은 이들에게-특히 어린이들에게- 교훈적이라고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교훈적인 내용은 빅토리아 여왕이 다스리던 시대에 도덕주의를 강조하면서 변형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제 이솝이 살았던 시대와 함께 이솝과 그 우화들을 통해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으니, 거기에 맞는 세상살이의 지혜를 터득하라고 알려주는 것이 이솝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아닐까 하고 ㅡ. 알퐁스 도데의 단편집으로 이야기해보자면, 단편「별」 속에 등장하는 목동 총각의 순진함을 이야기하다가 역사로 인해 바뀌는 세상을 이야기 하고, 그 역사 속에서 쓰인 작품이 「마지막 수업」이라는 흐름으로 문학과 역사를 절묘하게 섞어서 이야기한다. 책이 대부분 이런 형식이다. 그 외에도 단테의 「신곡 중 연옥편」이나 「드라큘라」, 「타잔」, 「파리 대왕」등등의 작품을 가지고, 정말 자연스러운-당연하게도!!- 이야기의 흐름으로 다양한 내용들을 담아낸다 ㅡ.

이 책은 일단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떤 책이든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다양한 종류의 재미가 있겠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재미라는 것은 독자를 책 속으로 잡아들이는 힘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 속으로 누군가가 무리해서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는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자동적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어릴 적 이불속에 들어가서 할머니나 어머니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재미있으니 집중력도 생기고,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도 더 잘 박히는 것 같다. 그와 함께 나름의 깊은 성찰도 동반된다는 점은 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책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은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이왕이면 어떤 작품의 배경은 제대로 알고 뭔가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생각들이 모두 정답-어디에도 정답은 없지만-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들려주는 다양한 역사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문학 작품을 접한다면 더 없이 즐거운 책읽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저자 스스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새겨보라고 한다. 누구나 각기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를 마음껏 누려야 한다고 말이다 ㅡ. 이 책을 시작으로, 이 책을 배경삼아 그런 영혼의 자유를 한 번 누려보길 권한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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