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가벼움 속에 깃든?!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가볍다’라는 것이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도 가볍다는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ㅡ. 하지만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가벼움을 그 속에도 대입시키려한다. 혹은 굳이 그렇게 의도적이지는 않더라도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되어간다. 가벼움 속에 깃든 큰 의미를 알아내기가 힘들어서 일까?! 힘들다고 하기 보다는 그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역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일까?!

 

공지영 ㅡ.  항상 그녀의 글에는 뭔지 모를 무거움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무거움을 바탕으로 깔고 그 위에서 눈물과 감동, 그리고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아니 전혀 다르다고 해야 하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라는 제목에도 나타나듯이, 이번에는 그 시작이 가벼움이다. 그 바탕도 가벼움이고, 그 위에 깔린 것들도 가벼움이다 ㅡ. 가벼운 이야기들을 통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안겨준다 ㅡ.

“삶은 꼭 한 가지 빛깔로만 칠해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그녀의 말처럼, 다양한 빛깔을 담은 그녀의 일상이 그려진다. 그녀의 일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내 친구 두어 명 정도는 공기 좋은 산 속에서 살아가라고 보내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그 친구 덕분에 그곳에 눌러 붙어있기도 하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오뎅을 배불리 먹고 싶어지기도 하며, 그녀를 큰 누나-혹은 이모?!-삼아서 소주도 한 잔 하고 싶어진다 ㅡ. 정말 소소하지만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의미 있는 일들이다. 그렇게 그녀의 일상을 통해서 다시 나의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돌아보게 된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의 가벼움이란 가볍게 느껴지는 일상들을 주제로 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가벼운 이야기들이라고 그 의미도 가볍다는 뜻은 아니기에, 하나하나 다가오는 의미들은 모두 소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그렇다고 이 책에는 가벼움만 존재하느냐?! 그렇지만은 않다. 이야기의 곳곳에서 가벼운 이야기들만을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 글을 쓸 때, 작가의 다짐이 가벼운-혹은 사소한- 이야기들을 쓰자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그녀를 가만 놓아두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가볍게-하지만 순간적으로 무겁게- 슬쩍슬쩍 언급되는 내용들이 있었는데.. ‘어륀지’에 대한 비웃음이나, 아기도 알고 고양이도 알고 강아지도 아는 것을 국민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던지는 조롱 등은 “나에게 가볍고 사소한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를 허하라!”고 외치는 그녀의 마지막 노력이었으리라 ㅡ.

 

한 때 다이어리에 적어놓고 다녔던 문장이 갑자기 생각난다. “특별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라!!”라는 문장이었다 ㅡ. 난 그 다이어리도 잊고 살았고, 그 문장도 역시 잊고 살았다. 언제든 손 내밀면 닿을 곳에 이 다이어리가 있었고, 그 속에 이 문장이 있었음에도 잊고 살았다는 것은 내가 그동안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었던가를 생각하게끔 한다. 다시 내 주위의 많은 것들을 둘러보게 된다. 그동안 곁에 있었지만 그 고마움과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들을.. 그들에게 하나하나 감사를 표해야겠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