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 이라고 했던가?! 숨을 쉬며 살아가는 하루하루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많은 인연을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았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부딪히는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는 것은 무관심으로 빚어진 시대의 탓이라는 핑계만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비단 사람과의 인연뿐이랴 ㅡ.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물건 하나하나, 심지어 길을 가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 하나와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그 역시도 스쳐지나가는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 너무 적막하게 혹은 삭막하게 삶을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ㅡ.
생에 크고 작은 인연이란 따로 없다.
우리가 얼마나 크고 작게 느끼는가에
모든 인연은 그 무게와 질감, 부피와 색채가 변할 것이다. - P52
『최인호의 인연』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물 등등의 많은 인연을 이야기 한다. 인연이 곧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이 곧 인연이 된다 ㅡ. 머리글에서 그는 인연이 소중한 이유를 반짝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연의 빛을 밝혀 나를 반짝이게 하고, 우리의 생도 그렇게 반짝반짝 빛난다고 ㅡ. 난 지금까지 어떤 인연으로 살아왔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ㅡ. 어떤 인연을 가지고 살아왔는가 보다는 -어쩌면- 그 인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소중히 간직해 왔냐고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난 지금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인가?! 글쎄..
우리는 입으로 사랑, 사랑, 사랑 타령을 남발하고 있으면서도
그토록 간절하게 남을 사랑하고 있었던가. - P155
사랑을 노래한다고 하지만 진짜 사랑은 보이지 않는 유행가처럼, 내 삶에도 진짜 내 삶은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내 삶은 온전히 나만의 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ㅡ. 사람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진부해보이기 짝이 없는 말이 큰 의미로 다가와 내 머릿속에, 그리고 내 가슴속에 박힌다 ㅡ.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물로 이어지는 연결의 끈들이 결국엔 다시 나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와 연결된 인연을 끈을 다시 찾아본다. 주변에 널려있었지만 소중한 의미로 다시금 깨어난다 ㅡ. 오늘은 오랜만에 옛 기억이 담긴 서랍 속을 뒤져봐야겠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