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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가 참 변태(?!)스럽다 ㅡ. 수염이 나있는 모습으로 봐서는 남자의 모습인데, 화장을 한 채 드레스를 입고 있으며, 뿔같은 것도 달려있다. 게다가 고양이의 목을 한 손으로 조르고 있는 모습이라니.. 모습이 참 기괴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대충의 생각을 안고 펼친 『오즈의 닥터』에서 처음으로 만난 인물 ‘닥터 팽’ㅡ. 표지에서 봤던 그 변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기에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자네가 믿고 싶어 하는 분분까지가 망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현실이지.
자네가 버리고 싶어 하는 부분, 그게 바로 진실일세. - P172
『오즈의 닥터』의 주인공은 김종수라는 인물이다. 그는 닥터 팽과의 상담을 통해서 지난 과거를 기억-혹은 상상-하고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었는데 혼란에 혼란이 더해진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라는 어떤 노래의 가사가 끊임없이 떠오를 만큼 말이다 ㅡ. 그렇게 『오즈의 닥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라는 계속되는 질문을 던져준다 ㅡ.
김종수는 환각이라는 이름으로 진실이란 놈을 무너뜨린다. 환각이 약물에 의한 것이라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환각을 위해 약물을 선택-혹은 중독되듯이-하듯이 그 환각마저도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종수가 그랬을 수도 있고, 내가 그랬을 수도 있고, 세상의 많은 이들 혹은 모든 이들이 그랬을 수도,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ㅡ.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많은 것들과 허구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 ㅡ. 그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 스스로이지만, 그 결정이 오롯이 나 스스로를 통해서만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 와서는 진실만을 찾아 이야기를 쫓아다녔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들었기 때문일까?!
‘제1회 자음과 모음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ㅡ. 그 타이틀로 인해서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선뜻 다가가기는 힘들게 느껴졌다. 수상작이라는 사실이 이미 검증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이제야 검증된 작품이고 이제야 나타난 작가라는 사실에 약간 머뭇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는 그 머뭇거림마저도 쓸데없는 기우였다는 생각이 든다 ㅡ. 정말 매력적인 새로운 작가를 만났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이 작품도 그렇지만, 이 책의 뒤에 나와 있는 인터뷰를 통해 만난 안보윤이라는 작가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작가로 생각된다. 말하고 싶어 죽을 것 같다는 그녀의 또 다른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