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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미 - 렉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소피 킨셀라 지음, 이지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이 눈을 떴는데, 병원의 철제 침대에 누워있다고 생각해보라 ㅡ.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해보니, 어제 술을 마시고 빗속에서 택시를 잡으려 뛰다 계단에서 미끄러졌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오늘은 아버지의 장례식인데 이러고 있다. 어떤 생각이 들까?! 아직,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의사란 작자가 와서 한다는 말이 내가 기억한 어제가 진짜 어제가 아니란다. 3년 전의 일이란다 ㅡ.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상상이나 가는가?! 물론 황당하면서도, 상상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은 렉시에게도 마찬가지이다 ㅡ.
『리멤버 미』는 -제목 그대로- 렉시가 그녀를 기억하는 이야기이다. 2004년의 렉시는 뻐드렁니를 가진, 필요한 근무일수에서 일주일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모두가 받는 보너스도 받지 못한, 게다가 찌질이 남자친구에게 바람까지 맞고, 빗속에서 택지를 잡으려다 넘어진 스물다섯 살의 여자이다. 반면에, 병원에서 깨어난 2007년의 렉시는 초절정 미모를 자랑하고, 혼남을 남편으로 둔, 그리고 부를 제대로 갖춘 스물여덟 살의 여자이다. 하지만 왕따, 죽일 상사 년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ㅡ. 이런 극과 극의 상황에 열쇠를 쥐고 있는 3년의 기억 ㅡ. 중간에 비어버린 기억을 찾아, 렉시는 그녀 스스로를 다시 기억해 나간다 ㅡ.
삶을 살아가다보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남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실수를 지우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도 끔찍해서 기억이라는 말조차도 입에 담기 싫은 그런 기억들을 지우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기억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을 통째로 도려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분명 들것이다. 렉시의 3년이 아마 그런 시간이 아니었을까?! 누구나 꿈꾸는 부와 명예, 그리고 멋진 몸을 가졌던 3년이라는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가슴 속에서 계속해서 갈망하는 따뜻함을 느끼지 못했기에, 그런 따뜻함이 그리웠기에, 그 따뜻함으로의 길을 막고 있는 3년의 시간을 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항상 꿈을 꾼다. 나의 외모가 누구나 원하는 그런 완벽한 모습이고, 평생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엄청난 부가 주어져 더 멋진 곳에서 살아간다면 그 삶까지도 더 멋진 삶으로 보다 멋진 삶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ㅡ. 세상의 행복은 부와 비례의 관계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꿈에서는 -어처구니없게도- 그런 사실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 꿈이 현실로 이어져, 현재가 아닌 미래를 위해 아둥바둥거리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언제나 현재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면서도, 그 다짐은 그저 다짐으로만 그친다. 그런 일상들에 정신차리라고 한 번씩 나의 뒤통수를 날리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 『리멤버 미』이다. 다시 현재에 충실한 삶을 다짐하게끔 만들고, 그 다짐을 일상에 침투시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 다시 해보는 거다!! 뭔가를 막연히 바라며 꿈만 꾸는 삶이 아닌, 보다 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 그런 삶을 위해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