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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부터 책을 읽을 때, 이 책이 전체 몇 페이지인가를 살펴보게 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책의 페이지를 살펴보면 대략 그 책을 읽는데 몇 시간이 걸릴 것인가가 대충 나온다. 요즘 보통 나오는 책들이 300~400 페이지 정도이고, 조금 두껍다고 하면 5~600 페이지-물론 그 이상의 두께를 가진 책들도 수두룩하다-이다. 워낙 두꺼운 책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200페이지 안팎의 책들은 가소롭게 느껴진다 ㅡ. 『싱글맨』과의 만남이 그랬다. 200페이지를 갓 넘기는 얇은 책, 『싱글맨』ㅡ.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서는 첫 만남에서의 생각을 완전 바꿔버린다 ㅡ. 얇지만 그 내용마저도 얇은 책은 아니라는, 어쩌면 당연할지로 모르는 생각들을 하게끔한다 ㅡ.
『싱글맨』은 ‘조지’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58세의 중년의 남성이고, 대학교수이다. 그는 연인을 잃었다. 그런데 그 연인이 또 남자이다. 그렇다! 이 이야기는 연인을 잃은 58세의 중년, 대학교수이자 동성애자인 남자의 이야기이다. 애인을 교통사고로 잃은 조지의 일상 중 하루를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조지는 그의 죽은 연인, 짐의 여자 친구를 찾아가고, 쓸데없이 어린 소년과 경쟁을 하고, 어느 해변의 바에서는 제자를 만나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남들과 다르다면 다르고, 평범하다면 또 한없이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큰 사건 없이- 잔잔하면서도 세심하게 펼쳐진다 ㅡ.
사랑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들이다 ㅡ. 분명, 성별이나 나이, 출신지, 주변 환경 등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바탕은 모두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단지 보통과는 조금 다르다면 주인공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이다. 책이 쓰여진 시대로 따지자면, 그 당시에 표현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당당한 모습의 주인공이다.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심리들을 세심하게 파고들어 때로는 시원하기까지 하다 ㅡ. 그냥 그런 싱글맨이라서 그냥 그런 하루하루가 아닌, 똑똑한 삶을 준비시키기까지 한다.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사는 삶, 그런 삶을 말이다 ㅡ.
책의 마지막에 옮긴이는 ‘내가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심을 생각한다’라는 말을 했다.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단 한 남자의, 단 하루의 이야기로 표현되어 있어 내가 온전히 이 책을 이해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생각들이, 이 책을 읽은 후 -감히- 감동을 받았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닌지 ㅡ. 나 역시도 10년 후 다시 이 책을 집어 들게 된다면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싱글맨』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200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을 그 매력에 빠뜨렸다고 한다. 감독인 ‘톰 포드’에게는 퀴어 라이온상이, 주연배우인 ‘콜린 퍼스’에게는 남우주연상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감독과 주연의 활약, 그리고 -이 책의 출간이 1964년이라고 한다- 출간 후 4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유까지 덧붙여져 그 영화 또한 상당한 기대가 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책 속에서 느꼈던 그 느낌들 그대로 영화로도 만날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