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라 쿠트너 지음, 강명순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과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ㅡ. 지독했던 사랑이 끝나고 나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너무 커서 그 한사람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기에 생겨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어떤 한 사람 때문에 그렇다기 보다는 그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에, 그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열정에 대한 자신감이자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ㅡ. 자신의 거칠 것 없던 그 열정이 아쉬워서, 그 열정이 깃든 기억들이 그리워서, 어쩌면 열정을 너무나도 많이 쏟아 부었기에 이제는 조금의 열정도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 두려움을 털어내고 금방 일어선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두려움과 절망감, 상실감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면 삶의 밑바닥을 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될 것이다 ㅡ.

 

소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는 주인공 「카로 헤르만」의 우울증 극복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이십 대의 여성 카로는 남부럽지 않을 정도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지만, 직장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되고, 어릴 적의 아픈 기억들까지 겹쳐지게 되면서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을 단순히 카로의 우울증 극복기라고 본다면 그녀의 짐작하기 어려운 감정의 기복들이 당신을 짜증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도 느끼듯이- 그 짜증나는 시간 속에서도 그녀가 던지는 농담들은 그 짜증을 완화시키면서도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져준다. 그게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태도로 인해 그녀 스스로도 조금씩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울증은 정말 엿 같은 이벤트죠!”
라는 말로 소설은 시작된다 ㅡ. 이 시작의 한 문장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우울증 ㅡ.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간접적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정말 ‘엿 같음’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내 감정을 내가 지배하는 것인지, 감정이 나를 지배하는 것인지 모르고, 내 것인지 아닌지도 모를 많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흔들어 놓는.. 그럼에도 ‘이벤트’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엿 같은 과정이지만 결과는 이벤트에 당첨된 것처럼 소중한 뭔가를 안겨주니까 말이다 ㅡ.  

 

매듭을 그때그때 풀어주는 게 늘 최선이라고는 말할 수 없어요.
어쩌면 매듭이 약간 엉킨 상태로
그냥 내버려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  - P336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우리는 너무 근본부터 파헤쳐 모든 것을 뿌리째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너무나도 완벽한 삶을 추구하다가 그 기대에 반도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적당히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도 완벽함은 없다.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ㅡ. 완벽하기보다는 충실함으로 오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그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완벽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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